[판례로 보는 세상] "보조금 받으면 월급 더 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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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 변호사
입력 2021-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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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20.12.24. 선고 2019다293098 판결

1. 들어가며

보조금을 받으면 나머지 급여를 주겠다면, 조건 일까요? 보조금 못 받으면, 월급을 더 안 줘도 문제 없나요? 

이와 관련, 최근 주목할만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 되었습니다. 하급심 판시와 대법원 판결이 서로 엇갈렸는데요. 과연 그 법적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2. 사실 관계

피고 법인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왔었는데, 그 항목 중에는 피고 법인의 직원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피고 법인의 대표자 선정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보조금 교부를 중단하였습니다.

피고의 당시 원장은 원고에게 ‘사무국장’으로 월급 350만원으로 일할 것을 제안하였는데요. 그러면서 “급여 250만원은 나라(지자체)에서 나오니, 구청과의 문제가 끝나면 예산이 바로 집행된다. 지금은 당장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자금 사정이 나아지니 그때 밀린 급여를 지급하겠다. 당분간은 교통비, 활동비 명목으로 월 100만 원만 지급하겠다.” 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원고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원고는 매월 100만원만 지급 받았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면 나머지 월 25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그 돈을 지급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원고는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 하였고, 피고 법인은 원고를 해임하였습니다.

3. 하급심 판결

서울고등법원은‘보조금을 지급받으면’부분은“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면 원고에게 나머지 월 25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부관은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고의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위 부관은 근로기준법 등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위 조건의 성취 여부에 관한 원고의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매월 250만 원의 임금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그리하여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가. 조건부 약정인지 여부

법원은‘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원고에게 약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조건’이라기보다는,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약정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불확정 기한’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부관의 무효 여부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제1항),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합니다(제2항).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매월 일정하게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하게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3도789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근로계약 중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약정에 부가된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 불확정기한은 무효가 되고, 나머지 월 250만 원의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판결의 의의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월 단위 기본급 성격의 돈으로, 출근 성적, 근속, 성과 등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수당이 아니며, 전임 사무국장 월급이 355만원 이였고, 직급이 낮은 과장의 월급이 315만원 이므로, 원고의 월급은 합리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 수령을 부관으로 하여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전체 임금의 70%를 넘고, 실제 지급해 온 월 100만원은 최저임금액에도 미달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써, 위 부관을‘정지 조건’이 아닌‘불확정 기한’으로 판단한 대법원의 입장이 보다 타당해 보입니다. 부관이 붙은 약정의 의미 및 유효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사진=이강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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