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무장한 구현모號...디지코 KT도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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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1-06-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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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T 기업들과 초협력 강화...AI부터 메타버스까지

  • 손정의 '군전략'-구현모 '원팀 전략'...新가치 창출 공통점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3일 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KT 구현모호(號)가 기업 간 협력을 앞세운 '원팀 전략'을 구사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텔코(통신기업)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로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ICT 생태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KT는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대한민국의 향후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대전 KAIST에서 산학연 인공지능(AI) 동맹인 `AI 원팀(One Team) 결성` 협약식이 열렸다.[사진=KT 제공]

◆‘원팀 전략’ AI·B2B 신성장 동력...연구개발 역량도 결합  

1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ICT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들과 ‘AI·B2B·ESG·메타버스 원팀’을 구성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전략적 동맹을 맺고 시너지를 창출하고, ICT 산업 융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구 대표는 “이전에 통신사업자는 유무선 전화,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 KT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데이터·솔루션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면서 KT의 ‘디지코 청사진’을 제시했다.

KT의 원팀 전략은 AI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2월 KT는 현대중공업지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AI 원팀’을 결성했다. AI 원팀은 산·학·연이 모여 대한민국 AI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산업의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AI 원팀은 △AI 인재 양성 △AI DX(디지털전환) 완성 △AI Open Eco 구축 등을 목표로 삼았다. 현장형 AI 인재를 양성해 기업과 연결하고, 산업별 AI를 적용해 DX 성공 사례를 전 산업으로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AI 원팀은 출범 이후 40여명의 국내 AI 전문가들로 ‘AI 구루(Guru) 그룹’을 구성한 후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이라는 회의체를 통해 산업현장의 과제를 논의해왔다. 그 결과 출범 10개월 만에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AI 기반 로봇 고장 진단, 딥러닝 음성합성, E2E(End-to-End) 음성인식, 무빙 픽처 등 4종의 AI 기술을 개발했다.

참여기업 간 사업협력도 활발하다. KT 기가지니 홈 사물인터넷(IoT)과 LG전자 씽큐홈(ThinQ Home)을 이용해 스마트 가전을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AI 원팀이 개발한 AI 기술은 산업현장에서 나온 정확한 데이터와 최신 연구개발 역량이 즉시 결합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대표는 올해를 ‘디지코 KT’의 원년으로 삼았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KT의 역량과 기술, 열정으로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 이른바 ‘ABC’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KT는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디지털 전환 파트너’를 슬로건으로 B2B 디지털 전환 시장 발굴과 확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간 KT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해상망, 철도망과 같은 대규모 국가 인프라 구축 사업을 비롯해 데이터센터(IDC) 사업, 대단지 공장 스마트 에너지 사업과 같은 성과를 통해 B2B 시장 성장을 이끌어 왔다.

KT는 ABC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B2B 원팀’도 출범시켰다. B2B 원팀은 기업고객에 DX와 혁신 제공이 목표다. 특히 컨택센터 서비스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KT는 컨택센터 솔루션·IT 아웃소싱 전문기업과 △중소 솔루션 발굴 △컨택센터 플랫폼 신규 모델 개발 △상생협력체계 조성 등에 나서고 있다.
 

KT가 25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광화문 소재 총 14개 기업, 지자체, 비영리기관과 광화문 원팀 출범식을 열었다.[사진=KT 제공]

◆ESG 가치 실현 첫발...“300조 메타버스 시장을 잡아라” 

KT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KT는 ‘나눔과 상생의 DNA 확산’을 목표로 ‘광화문 원팀’을 출범했다. 광화문 소재 총 14개 기업·지자체·비영리 기관 등이 참여해 ESG 가치 실현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광화문 원팀은 지난 3월 31일 실무협의체를 발족한 뒤 60여일간 광화문 지역의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실제 파일럿 프로젝트로 ‘퇴근길 밀키트’와 ‘사랑의 효박스’를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거둬들인 사회경제적 효과만 1억7000만원에 달한다.

광화문 원팀은 광화문 지역의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장애인 취업 지원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 등 지역 상생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올해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구 대표는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광화문 원팀에 참여한 모든 기관과 함께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ESG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300조 시장’으로 불리는 메타버스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일에는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을 결성했다. 메타버스 원팀에는 KT를 필두로 딜루션, 버넥트, 코아소프트, 위지윅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스토브와 국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업들의 연합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합류했다.

메타버스 원팀은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메타버스 기술 발전과 서비스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구체적으로 실감형 콘텐츠, VR 게임, VR 교육 콘텐츠, 홀로그램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KT 관계자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핵심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메타버스 원팀 참여 기업들과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와 기술 발전, 서비스 발굴 등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원팀 전략’ 손정의 ‘군(群) 전략’과 일맥상통

구 대표의 ‘원팀 전략’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군(群)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군 전략은 서로 다른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군이 독립된 관계에서 동지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손 회장의 ‘군 전략’을 연구한 하원규 박사(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단순히 기업이 떼를 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통의 비전’, ‘공통의 이념’을 갖고 AI 혁명에 동참하는 기업 집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타 기업 내부화(지분을 사들여 자회사화)를 통해 단순히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형성해 공급업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지식·기술 이전이 가능하도록 한 가운데 기업 간 거래의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투자수익, 자원할당이 아니라 기업별 역량의 차이와 다양성을 융합해 기회를 포착하는 경영 전략을 펼친 것이다. KT의 ‘원팀 전략’도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을 지배하거나 하청으로 앉혀두려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 간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기응 KAIST AI대학원 교수는 “AI 원팀은 AI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학·연 기관들이 뜻을 모아 결성된 것으로 지난해부터 AI 인재양성, Open R&D,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등의 분야에서 주요성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혼자의 힘으로 풀기 난제에 대해 소속 기관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씩 결실을 맺는다면 각 산업을 망라하여 대한민국 AI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이제는 AI, ESG, B2B 등 자신들이 목표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때 연관 산업의 사업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에 나선 것”이라며 “현재는 초기라서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굉장히 좋은 시도로 보인다. 향후에 확산 모델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접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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