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열린경제] ESG와 수익률 엇갈릴때 투자자의 본심 드러난다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대표이사) 사장)입력 : 2021-06-08 19:00
<EGS 심층 진단 上>

[최남수 서정대 교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ESG 확산의 촉매는 ‘당근과 채찍’이다. 기업에 ‘채찍’은 현실이고, ‘당근’은 미래 기대치이다. ‘채찍’이 앞장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ESG에 소홀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줄 때, 그리고 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을 매길 때 ESG를 중요하게 들여다보겠다고 공표했다. ESG를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압박은 ‘채찍’의 대표적 사례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다국적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일 것을 명령했다. 탄소 감축 대상은 공장에 그치지 않는다. 납품기업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을 모두 포괄한다. 현재 미국에는 약 1400개의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유사한 판결이 잇따를 수 있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이 있던 날 탈(脫)탄소 전략을 주장해온 소규모 헤지펀드인 ‘다윗’ 엔진넘버원은 ‘골리앗’ 엑슨모빌에 이사 3명을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캘퍼스 등 미국 3대 연금기관과 블랙록과 뱅가드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엔진넘버원의 손을 들어줬다. 또 환경 변호사 단체인 클라이언트어스는 지난달 셰브론 등 화석연료 대기업이 광고를 활용해 친환경 활동을 하는 것처럼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이같이 외부 환경이 변화하면서 ESG 경영은 이제 기업에 ‘선택 사양’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ESG는 기업에 긍정적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ESG를 잘하면 경영 실적도 호전되고 기업 가치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엇갈린 분석이 존재한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ESG로 리스크가 줄어드는 대신 수익성이 개선되고 기업 가치가 제고된다고 분석한다.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파악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직원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우수 인재를 유치함으로써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포장이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고 자본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도 ESG가 가져다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ESG가 경영성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이들 긍정적 연구에 논리의 허점이 있다면서 국제기구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의 ESG 점수와 주가(PBR) 간에 특별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ESG 펀드의 수익률이 더 좋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 MSCI는 ESG와 신용평가 간의 상관관계도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관련 기업의 부실로 상당한 투자 손실을 발생시킨 사례도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ESG 경영이 자동적으로 좋은 경영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ESG 외에도 많다. 또 ESG와 경영혁신이 요철처럼 잘 맞물려 들어가 진행돼야 인상적인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 혁신 없이 수동적으로 ESG를 하게 되면 비용만 늘어날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ESG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지향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ESG가 진정으로 목표로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ESG는 기업의 가치사슬과 경영 전반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가치를 스며들게 해 장기적으로 경영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고 경제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그런 만큼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성과’라는 잣대를 조급하게 들이되면 ESG 자체가 샛길로 빠질 우려가 있다.



 

[1]



위 표는 재무 성과와 ESG를 매트릭스로 그려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실적이 좋으면 우량기업으로 평가해왔다. 표 상단의 ‘실적 only’와 ‘star’에 속한 두 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ESG 시대에 박수를 받게 될 기업은 ESG와 재무 성과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는 기업이다. ‘star’ 기업이다. 그만큼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엄격해지고 범위가 좁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업에서 대대적인 변신을 해 연안 풍력발전의 글로벌 리더가 된 덴마크의 오르스테드가 대표적 기업이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전면 개편해 성공한 사례이다. 이에 비해 ESG는 취약한데 실적만 괜찮은 좌상단 기업은 이제는 ‘지속가능 불가’라는 판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 가스, 철강 등 기업이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 기업은 탄소중립 등을 강력하게 실행해 ‘star’로 옮겨가지 못하면 ‘좌초자산’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될 수도 있다. 씨티와 골드만삭스, ING, 스탠다드차타드 등 6개 대형 은행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해 ‘철강 기후조정 파이낸스 실무 그룹’을 구성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에 참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은 재무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은데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하는 기업(‘ESG only’)을 어떻게 판단할까 하는 점이다. 성과를 중시하는 자본시장의 결론은 분명하다. ‘불합격’ 판정이다. 그런 일이 프랑스의 식품회사인 다농에서 일어났다. 생수 에비앙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7년 동안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아온 에마뉘엘 파베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기업가. 그는 토양건강 프로그램을 가동해 토양의 유기물을 증가시킴으로써 탄소 포집, 화학비료 사용 감축, 생물다양성 회복 등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경쟁사인 네슬레와 유니레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아 퇴출됐다. ‘반란’의 주동자는 행동주의 주주들이었다.

다농 사례는 ‘결국 실적’이라는 자본시장의 냉정한 원칙이 어김없이 관철된 경우이다. 경영 성과가 좋을 때는 빛이 났던 ESG도 초라한 실적 앞에선 무력해졌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진심으로 ESG를 ‘경영의 등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앞에서 얘기한 대로 ESG는 우량한 경영 실적이나 투자수익률을 가져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적이 부실할 때 내팽개칠 ESG라면, 우리 속내는 여전히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아니라 재무적 숫자에 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ESG가 가져오는 가치는 기업 가치와 사회에 올바른 변화를 가져다주는 가치를 합한 것이다. 기업 가치만을 바라보는 전통적 사고로는 기업 외부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ESG를 제대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아이오니스 아이오누 교수는 이에 따라 이익 극대화를 넘어서서 더욱 광범위하게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필요성을 다농 사례가 던져줬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지난해에 비ESG 펀드 수익률이 22.9%로 지속가능펀드의 22.5%를 근소하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ESG가 사회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더 중시해 수익률을 희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했다. 수익률 희생! 이게 진짜 자본시장에서 가능한 일일까. ESG 투자를 선언한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은 앞으로 ESG와 수익률이 엇갈릴 때 어떤 선택을 할까. ESG는 잘못하지만 수익률이 좋은 기업을 포기할 수 있을지, 또 당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 우량 ESG 기업이 ‘star’로 성장하는 것을 돕고 기다릴 수 있을지 그 선택이 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할 것이다. ‘투자의 본심’을 드러내는 순간이어서이다.

지난 3월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사설이 내린 결론은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는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에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조악한’ 주가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기업의 장기 가치와 단기적 주가 수익률의 요구가 충돌할 때, ESG를 외쳤던 기관투자가들은 ‘후반 역전’을 신뢰하며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장기적으로 ‘star’ 기업군을 두껍게 하자는 ESG 정신의 현실화 여부는 선언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결판이 날 것이다.
 


최남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 석사 ▷MTN 대표이사 사장 ▷YTN 대표이사 사장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대표이사) 사장)  nschoi76@naver.com
2021 KE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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