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 마스크 시대' 임박…기대보단 우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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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1-06-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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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산업2부 기자

"7월부터는 등산할 때 마스크 빼도 되죠?", "7월만 기다리고 있어요."

방역 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들이다. 이들 발언에는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드디어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담겨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에 따라, 당장 다음 달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와 예방접종 완료자의 경우 공원,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상반기 전 국민의 4분의 1가량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에 탄력이 붙으며 접종률이 하루에 1%포인트씩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내달부터 노 마스크 활동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제한적이나마 이 같은 당근을 줘 접종률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노 마스크 방안은 이를 따르는 국민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정책임에 분명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일상화됐을 법도 한데, 마스크는 이용하는 데 있어 구비, 착용, 교체까지 모든 과정들이 여전히 번거롭다. 여름에는 더위까지 더해져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행위 자체가 상당히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이 진척돼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내심 부러워한 사람들도 얼마나 많았나. 그런데 7월부터는 이 같은 압박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다니… 노 마스크 시행은 모처럼 국민이 기꺼이 따를 만한 최초의 방역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문제는 이 노 마스크 방안이 국민에게 주는 시그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여러 단서를 달아 노 마스크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단 완화 조치가 시작되면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그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긴 대단히 어렵다.

현재도 주요 번화가나 교외 명소를 둘러보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눈에 띈다.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개인별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부가 노 마스크를 공식화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중대한 방안이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거쳐 마련됐는 지도 의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17일 노 마스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국민 약 9.9%가 확진돼 자연면역을 가지고 있고, 1차 접종자가 46%를 넘겨 마스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 국내의 경우 7% 대인 접종률을 감안하면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후 26일 이와 상반된 내용이 담긴 백신 인센티브 방안이 발표됐다.

도대체 10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방역 당국 내부에 무슨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걸까? 정부가 접종 속도 높이기에만 매몰돼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마련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 마스크 사례가 코로나19 극복 패러다임을 방역에서 백신으로 빠르게 전환하고자 하는 정부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방역과 백신을 분리된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강화된 방역 체계를 기반으로 백신 접종을 이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 아닐까? 코로나19 사태는 근본적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고,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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