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험 청구 간소화 진보단체 반대 표명…개인정보 유출 우려

김형석 기자입력 : 2021-06-02 15:20
배진교 의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토론회 개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또다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21대 국회가 12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실손보험 간소화를 위한 입법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의료에 이어 진보단체도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의료와 진보단체가 실손보험 간소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보험과 의료기관 간 자동전산청구 법안"이라며 "여기서 의료공급자와 민간보험을 계약관계로 만드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의료체계가 공보험인 전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의해 운영되는 공공방식이라는 점에서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공급자의 환자정보교류는 공적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의료계의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진보단체도 우려 입장을 표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심평원은 요양급여내역(진료내역)을 중심으로 한 건강정보이지만,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가입자 정보(재산·소득 등)까지 포함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망라한 것"이라며 "심평원 정보와 건강보험공단 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포괄적·자동적으로, 전자적·정기적으로 이관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정부법 제43조의2 제1항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상 보호되는 민감정보인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게 귀속가능하게 하는 정보인권에 반하는 악법으로 헌법상의 사생활 비밀의 보장권을 형해화하는,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반대했던 의료계에 이어 진보단체들도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우려를 표하면서, 정작 실손보험 가입자의 불편만 지속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보험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자 중 99%가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을 종이로 뗀 후, 이를 팩스나 메일, 직접전송 등의 형태로 보험금을 받는다. 소비자의 불편이 심하다 보니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을 권고한 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국회가 나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논의해왔다.

21대 국회도 실손보험 간소화 입법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지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어 민간보험사가 진료 내용까지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은 "실손보험은 종이서류 기반의 불편한 청구방법을 고수하느라 국민보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입은 모든 국민이, 이용은 일부만이' 하는 불공정한 보험상품이 됐다"며 ""청구하지 않고 보험료만 내는 대다수의 소비자, 과잉진료에 노출된 과다 청구 소비자, 그로 인해 높은 손해율로 매년 적자를 보는 보험사, 전산처리를 위한 행정부담 과부하를 호소하는 의료계까지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우리 사회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를 가진 딜레마가 실손보험에 존재하는 만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 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금액이 너무 적어서 73.3%(복수 응답)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44.0%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30.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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