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법조계의 타다?…변호사 중개 플랫폼 놓고 시끄러운 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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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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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정치사회부 법조팀장

"어떻게, 내가 15분 만에 싹 다 해결해드려?" 배우 박성웅이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소비자에게 속삭인다. 이어 "로톡에 15분 전화상담 예약하면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온다"는 성우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법조계 안팎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로톡 광고 영상 내용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전통 변호사단체는 로톡 사업 형태를 두고 사실상 '사무장 법률사무소(로펌)'라고 본다. 변호사법 제34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34조는 법조인은 물론 비법조인도 대가를 조건으로 내걸고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나 사무직원에게 소개나 알선, 유인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변협은 사무장 로펌 행태가 심각해졌다고 보고 지난 4일 '변호사업무 광고 규정' 개정안까지 내놨다. 개정안은 지나치게 제한해온 변호사 광고·홍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전문'이나 '전담' 같은 용어 표기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특히 기존 규정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신종 위법·탈법성 광고와 수임료 덤핑에 대한 규제 조항을 넣었다. 변호사들이 월정액 등 돈을 받는 기업에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수사기관·행정기관 처분이나 법원 판결을 예측하는 서비스 제공 업체에 협조하지 않게 했다.

개정 규정을 위반하면 변호사가 소속된 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위반 행위 중지나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다. 변호사 수 증가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등장한 각종 편법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변협 측 설명이다.

새 규정은 사실상 로톡을 압박하려는 조치다. 로스쿨 탄생과 함께 변호사를 의뢰인에게 홍보·연결해주는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2012년 창업한 로톡이 그중 가장 규모가 크다. 로톡은 변호사들에게 월정액을 받고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실어준다. 가입 변호사는 4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의뢰인에겐 저렴한 상담을 알선한다. 2만원만 내면 변호사와 15분 전화상담, 5만원이면 30분짜리 방문상담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1심 재판 형량예측도 해준다.

변호사단체는 로톡 사업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변협은 로톡이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하는 브로커 행위를 한다며 두 차례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직접 칼을 빼 든 것이다. 14일엔 총회를 열고 플랫폼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 윤리장전'도 개정한다. 이 역시 로톡을 겨냥한 것이란 조치로 풀이된다.

로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협이 지난 수년간 '로톡 광고는 합법이며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내려놓고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로톡은 "유권해석에 따라 온라인 광고를 해온 변호사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자 온라인을 통한 국민 편익과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제한하는 시대 역행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규정 개정안이 변호사 영업·광고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도 꼬집었다.

변협과 로톡 다툼을 '법조계 타다 사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톡과 타다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존 서비스를 저렴하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차량 호출서비스인 타다는 결과적으로 '유사 콜택시'라는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크게 위축했다.

변협이 만든 이번 개정 규정은 8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다만 규정이 힘을 가지려면 변호사들의 동참뿐 아니라 국민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 타다 사태가 기성 업체가 승리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패배한 모양새로 끝났지만 여론은 반대였던 걸 기억해야 한다. 전문가 직역 보호라는 선례를 남길지 아니면 지긋지긋한 '밥그릇 싸움'에 그칠지도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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