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연한 선제적 대응으로 반도체 전쟁 주도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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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입력 2021-05-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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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생산기업에 투자 확대를 압박하며 주도권을 둘러싼 세계 반도체 시장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미-중 양국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미-중 무역전쟁은 반도체 패권 전쟁의 서막인 샘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이 극심해지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각국 주력 제조업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4월 1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정상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라면서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반도체 웨이퍼를 집어 들며 “이 반도체가 바로 인프라이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역설하고, “우리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라고 강조하며 파운드리(Foundry ; 위탁 생산)의 세계 제1위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와 제2위인 한국의 삼성전자 등에 미국으로의 반도체 투자를 종용하고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최대 파운드리생y) 생산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350억달러 규모의 최신 팹 공정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종합 반도체 기업(IDM)인 인텔(Intel)도 국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파운드리(Foundry) 사업에 재진출하기로 했다.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 미국 연방의회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초당적 협력을 시작했다. 연방하원은 올 초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를 통과시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의 연방 보조금과 최대 40%의 세액 공제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법은 당장 올해부터 미국 내 지어질 반도체 공장들에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방상원은 여기에 ‘아메리칸 파운드리(American Foundries Act)'를 추가 발의해 현재 논의 중이다. 이 법은 반도체 제조시설 연방 보조금을 150억 달러로 증액하고 미국 국방부와 국립과학재단 같은 정부 기관에 대한 연방 R&D 지원금을 50억 달러 규모를 새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규모는 지원금만 200억 달러로 현재보다 2배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향후 10년간 연방정부에서 보조금·세액 공제 등 총 200억 달러가 지원되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이 14곳이나 신설되며, 반도체 분야에 민간 투자가 1,740억 달러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정부 지원 규모가 500억 달러로 늘어나면 반도체 공장 신설은 19개, 민간 투자 규모는 2,79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국가안보 전략 잠정 지침’에 미래 과학기술이 미국의 국익에 가져올 위험과 기회를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밝히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의 응전도 필사적이다. “10년 동안 하나의 칼을 간다.”라는 ‘10년마일검(十年磨一劍) 정신’으로 과학기술의 도약을 독려하며 기술개발에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2014년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고 관련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반도체 굴기’ 추진을 본격화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꾸는 중국몽(中國夢)은 2015년 5월 리커창(李克強) 국무원총리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제창한 전략인‘중국제조2025’ 프로젝트를 통해 건국 100주년(2050년)에 미국에 필적하는 첨단기술국가가 되는 것인데다 지난 3월 초 양회를 통과한‘제14차 5개년(2021~2025년) 규획(14·5 규획)’에서 향후 5년간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최첨단 기술 분야로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유전자 및 바이오, 뇌과학, 임상의학, 극지탐사 등을 위한 반도체를 핵심 과학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포함하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반도체를‘인체의 심장’에 비유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굴기’를 위해 1조 위안을 투자해 장기전도 준비 중이고,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등 5년 내 50만 명의 반도체 전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미국이 목을 조르는 현안을 푸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다시는 목이 조이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은 주요 반도체 강국들을 끌어들여 ‘반중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투자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굴기’로 맞서며 반격에 나섬으로써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 신세가 될 형국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과거 40년의 협력 시대에서 위대한 결별(Great decoupling)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며 사실상 신냉전이 시작되었다고 판단될 정도의 미-중의 반도체 전쟁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일대 위기와 절호의 기회가 동시에 교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공장 추가 설립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 확대 등이 분명한 호재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련의 미국의 중국 견제는 중국의 한국 반도체 산업 추격을 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국내 투자 축소를 불러일으키고, 일자리 확충 기회를 놓치는 등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미-중의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 속에 우리나라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경쟁력 우위를 점유하고 반도체 선진국의 위상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유연한 선제 대응으로 주도권 잡아야 한다. 혁신을 제약하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인력 양성 등의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미-중의 투자 압박 속에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면밀하고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생색내기나 보여주기식의 미봉책으로는 미-중의 고래 같은 큰 손아귀에서 결코 헤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위의 효자 산업이다. 정부는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정책’인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마련하고 금명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지원센터 등 공동 활용시설 지원 및 핵심 기술 확보와 양산시설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5월 6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재정·세제·금융·규제 및 인력 양성 측면에서 획기적 육성을 위한 핵심과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며 글로벌 패권 전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과 관련,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와 펀드 2,800억 원 신규 조성, 시설자금 장기 저리 융자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부품 신속 통관 지원, 출입국 시 신속 검사와 백신 접종 시 자가격리 면제제도를 활용해 부품 조달을 지원키로 했다.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국가역량을 집중하여 내실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메모리 세계 1위’라는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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