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재건축] 로열동에 전부 소셜믹스...베일 벗은 오세훈표 재건축에 시장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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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5-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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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셜믹스 가고 에이징 믹스...초품아·역세권·공세권에 전부 특성화 주택

  • "재건축 활성화 YES, 핵심입지는 NO...오세훈 명분 확보하고 공약 실현하고"

  • 주택 시장 양극화 당분간 지속될 듯

암사명일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위)·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아래). [그래픽=서울시 제공]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정비 사업 가이드라인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반응은 대체로 냉랭하다. 앞으로 재건축 예정 단지는 공공주택 확대, 단지 외부인 전면 개방 등 공공성 요건 충족 없이는 정비사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과 함께 정비사업을 옥죄는 강력한 장벽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가 공개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한 소유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계획안에는 공간·생활환경·인구사회·도시경관 등 4대 분야에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가 대폭 적용됐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준공 36년차 아파트로 최근 실거래가가 29억5000만원(공급 154㎡)을 기록했다.

이 단지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요소는 외부인과 외부차량이 유입되는 공공보행통로와 도시계획도로가 아파트를 관통한다는 점이다. 외부인과 커뮤니티 시설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커뮤니티 콘셉트를 적용하고, 공공(특성화)주택 입주민들이 일반 분양가구와 보다 더 잘 섞일 수 있도록 '에이징(연령)믹스' 개념도 도입한다.

문제는 청년·고령자 등을 위한 1~2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으로 구성된 특성화 주택공공주택의 배치가 소유자들이 선호하는 '로열동'에 포진한다는 점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단지 옆 아시아공원 근처에는 노인가구가, 아주초등학교·중학교로 연결되는 단지는 1~2인 가구가,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종합운동장역)으로 연결되는 속칭 역세권 단지에는 청년가구가 배치된다.

최근 공개된 강동구 현대홈타운·강동롯데캐슬퍼스트·프라이어팰리스·명일삼익그린2차 아파트 등이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인 '암사·명일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안'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아파트 커뮤니티를 단지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노인·청년·신혼부부·1~2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가 골자다. 기부채납을 줄이는 대신 특성화 주택을 늘리고, 청년·고령화 가구의 동선을 고려해 이들 거주 주택은 공원·역세권·상가 등에 집중 배치된다. 주동은 분양가구와 임대가구를 적극적으로 혼합한 소셜믹스 단지로 설계된다.

주민들은 이같은 '오세훈표 개발안'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선수촌 소유자는 "오 시장이 재건축 전문가라고 해서 기대를 걸었는데 결과적으론 박원순 시장과 다를 게 없다"면서 "계획안을 보니 잠실 '닭장'의 원조인 2000년대 초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라지움) 아파트 설계 시절로 퇴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유주 역시 "로열동을 다 빼간 것이나 소셜믹스는 차치하더라도 아파트 내부에 차도를 설계하고 공공보행로를 만들어 외지인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은 단지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명일동 삼익그린 2차 소유자도 "이렇게 되면 재건축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고급 아파트를 기대했는데 임대뿐 아니라 청년, 고령자 등 1~2인 가구만 득실대는 공공주택으로 전락했다"고 실망했다.

그럼에도 2세대 소셜믹스형 재건축 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세대 소셜믹스란 저소득층을 억지로 끼워넣는 요식형태가 아닌 임대가 필요한 이들을 연령별로 세분화해 지역사회에 정착시키는 개념이다. 오 시장이 과거에 만든 '시프트(장기전세주택)' 개념이자, 그가 공언한 '재건축 발 부동산 가격 인상'을 막을 카드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선거를 앞둔 오 시장 입장에서도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슈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어차피 민간 재개발, 재건축을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재건축에 대한 공공기여 강화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존 선입견을 깨부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개념을 강화하면 내년 선거에 대한 공공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놓지 않을 카드"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급 주택의 양극화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재건축에 대한 공공기여가 강화되면 강남, 서초, 송파(잠실) 등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을 무작정 서두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시가 30억원이 넘는 아파트 소유자들이 이런 개발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고급 입지는 인센티브를 거절하고 무한정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고, 그 나머지 입지는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겠지만 시 전체적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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