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시대' 끝났다?...자유시장 빈자리, 정부 주도 '관리시장'이 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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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4-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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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금융위기-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경제 불평등' 문제 부각

  • 코로나 위기 탈출, 정부의 '역할'이 관건...'자유시장'서 '관리시장'으로

  •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의 탄생?...시대 '조류' 바꾸는 '상상의 예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제 불평등'은 국제 사회와 세계 경제 담론장의 핵심 논제로 떠올랐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세계 경제에서 이어져왔던 '자유시장 시대'의 흐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후변화 대응과 빈국·극빈층과 부국·초부유층의 경제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 어느 사회운동 단체보다 진보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국가 재정적자와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 시장 개입 등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죄악'으로 여겨왔던 미국 행정부조차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제약·생명공학 기업 경영자들이 올해는 세계 반도체 생산기업 경영자들이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 모여 대통령과 경제·산업·보건위기를 논의했고, 전·현직 미국 대통령은 지난 1년 사이에 10조 달러에 가까운 연방정부 재정을 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자'라며 비난받던 '미국 진보 경제 정책의 선봉'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경제 정책의 '숨겨진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14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후보 토론회.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워의원.[사진=AFP·연합뉴스]

 
'자유시장'에서 '관리시장'으로...정부의 '경제 역할'이 관건

26일(이하 현지시간)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경제 안보 전문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휴즈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고문에서 "자유시장은 죽었다"면서 "세계 경제의 역사적인 시대가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난 2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월마트와 JP모건체이스 등 15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톰 도나휴 미국 상공회의소 대표가 참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날 이들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인 '미국 복구 계획(America Rescue Plan)'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휴즈는 그 모든 것을 떠나 "도나휴 대표의 존재 만으로 미국의 정치적 지형을 흔들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공화당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던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20년 동안 공공 프로그램과 각종 규제를 해체해 연방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하는 데 주력해왔던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당시 도나휴 대표의 백악관 논의 참석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무역 집단이 정치적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휴즈는 "미국 연방정부의 경제적 역할 확장과 기업의 공공투자 확대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다"면서 "우리는 197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 이후 약 40여년 만에 미국 정치·경제 지형의 근본적인 재편성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우리 (경제)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문제'라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선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대불황) 이후 깨지기 시작한 후 코로나19 사태(대봉쇄)를 거치며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휴즈는 이를 과거의 '자유시장' 패러다임과 대비해 '관리시장'(Managed Market)이라고 지칭하며 '자유시장이라는 신화의 죽음'은 바이드노믹스(바이든의 경제 정책) 등 특정한 경제 의제보다 더 큰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리시장 시대에서 향후 시장 체제의 성공이 각국 정부의 역할에 달렸다"면서 △효율적인 규제 정책 △공공투자 △외부로부터의 경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거시경제 관리 등의 요소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금융자본의 부 독점 현상에 항의하며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진행했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포스터.[사진=AP·연합뉴스]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의 탄생?...시대 조류 바꾸는 '상상의 예술' 되나

앞서 지난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마틴 샌드부 FT 칼럼니스트의 명의로 이와 비슷한 논지의 사설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날은 영국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존 윌리엄슨이 향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그는 세계 경제에 신자유주의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해 '자유시장 시대'를 불러온 것으로 평가받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는 조어를 만들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재정긴축과 고금리(통화긴축), 민영화(구조조정) 정책 등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남미 외채위기 당시였던 1989년 IMF와 WB, 미국 재무부가 미국 워싱턴DC에 모여 합의한 경제위기 대응책이었다.

이들 기관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두고 '실체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는 2008년 대불황 시점까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던 원리로 통해왔다.

동시에 FT는 지난 4월 6~7일 IMF와 WB의 공동 춘계 총회와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가 약 25년 만에 보인 전향적인 태도를 지목하면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가 탄생했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확장과 금융 대출 확대, 국제적인 경제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강력하게 촉구한 이들 기관의 주장은 그야말로 '워싱턴 컨센서스'와는 정반대에 서있다는 것이다.

FT는 이와 같은 입장이 아직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수준이지만, "정치는 가능한 것(what is possible)의 예술이지만, 가능한 것은 종종 상상한 것(what is conceivable)을 통해 결정되기도 한다"면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가 향후 국제사회에서 과거의 워싱턴 컨센서스만큼 강력한 정치·경제적 합의로 떠오를 수 있다"고 잠재력을 평가했다. 
 

2011년 금융자본의 부 독점 현상에 항의하며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진행했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포스터.[자료=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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