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점하던 단체 급식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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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4-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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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체급식 시장 대기업 집단 계열사와 친족기업이 80% 점유

  • 1.2조 규모 수의계약 독립기업에 수주...삼성·현대차·LG 등 동참

  • 공정위 "중소기업에 기회이자, 급식 만족도 제고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기업이 25년 가까이 독점하던 구내식당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집단은 5일 오후 LG 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했다.

이번 선포식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홍기 CJ 대표, 이광우 LS 부회장, 장호준 현대백화점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일감개방이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코로나 시대 상생과 포용적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단체급식 진입장벽 낮은데도 시장 80% 대기업 점유
단체급식은 산업체 공장이나 사무실·연구소·학교·공공기관 등에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적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반에는 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 비영리 형태로 운영되다가 1990년대 위탁 급식 형태가 등장하며 영리사업 성격으로 변모했다. 2000년대부터는 점차 시장이 성장해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2799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시장 대부분을 대기업 집단이 점유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28.5%),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0%) 등 상위 5개 업체의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 현황 (단위 : 억원, %)[자료=공정위 제공]

단체급식 사업은 식품위생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을 갖추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한 것은 계열사나 친족 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해서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2013년 12월 설립됐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1983년 기흥공장 설립 당시에는 자체 구내식당을 운영하다가 19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현 삼성웰스토리)와 수의 계약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단체급식 수의계약 규모는 연간 5240만식, 금액으로는 4400억원에 달한다.

아워홈은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아니지만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구자학)이 별도 설립한 회사다. 친족 관계인 LG그룹, LG에서 계열 분리한 LS그룹과 오랜 기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해 왔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그룹의 단체급식 일감을 독식해왔다. CJ, 신세계 그룹은 계열회사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와 각각 그룹 내 구내식당 대부분을 수의계약하고 있다.
 
삼성·현대차 등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개방 동참

단체급식 시장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심으로 독과점화돼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왔던 대표 업종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재벌의 지네발식 확장, 골목상권 잠식,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도 단체급식 분야의 자발적인 거래 관행 개선은 미미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 신설로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자마자 단체급식 분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3년여에 걸쳐 계약 형태와 영업이익률, 지분 구조 등의 자료를 수집·분석해 단체급식 시장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하는 한편, 대기업집단 스스로 계열사 또는 친족 기업과의 고착화된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단체급식 상위 5개사와 거래 중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8개 대기업집단 모두가 일감개방에 동참하기로 했다.

권순국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단체급식 일감개방을 통해 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친족 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순차적으로 경쟁 입찰로 전환돼 독립기업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8개 대기업집단의 연간 단체급식 식수는 약 1억7800만식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범적으로 2개 식당의 개방을 결정해 외부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는 전면개방 원칙하에 그룹 내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는 65% 이상을 개방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집단들은 먼저 기숙사·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000만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으로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대기업집단의 단체급식 일감개방은 단체급식업을 영위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일감개방 시 지방의 중소 급식업체를 우선 고려하거나 직원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서비스 수준 향상으로 급식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급식업체를 선정하면 급식단가가 낮아지고, 그 차액만큼 추가 식재료를 투입할 수 있게 돼 식사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다.

공정위는 참여 기업집단과 협력해 정기적으로 일감개방 성과를 공개하고, 순차적으로 개방 범위가 확대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삼성은 아워홈에, LG는 삼성웰스토리에 서로 일감을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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