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널뛰는 사이, 글로벌 주도권 '방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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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김성현 기자
입력 2021-04-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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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 제재땐 美 철수" 배수진쳤던 SK이노

  • 1차전 뒤집을 '바이든 거부권' 행사 기대감

  • 최대고객 폭스바겐 자체 배터리 생산 등

  • 장기 소송전에 글로벌 차업체 이탈 우려

  • 韓·美 정치권 가세 '대승적 합의' 요청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이 미국에서 벌이는 배터리 분쟁 '2차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배터리 소송 1차전(영업비밀 침해)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반면, 2라운드(특허 침해)에서는 SK의 주장을 인정했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다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특허 침해 예비 결정으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유리한 결과를 얻어 승기를 굳히려던 LG에너지솔루션은 다소 기세가 꺾이게 됐다. 

◆미국 ITC, 배터리 소송 2차전서 SK이노 주장 인정··· 1차전과 큰 차이

1일 업계에 따르면 ITC가 조치를 마무리하거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양사의 소송은 총 3건에 이른다.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예비 결정(Initial Determination)은 2차전에 해당한다. 2019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제재를 요청한 것에 대한 조사 결과다. ITC는 오는 8월 2일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을 확정할 예정이다.

3차전이라고 할 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최종 결정이 오는 11월 말로 예정돼 있다. 최근 ITC의 일정이 자주 연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이번 2차전은 지난 2월 결과가 확정된 1차전과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ITC는 지난 2월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최종 결정을 확정했다. 이로써 배터리 소송 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이번 2차전 예비 결정으로 다소 기세가 위축될 상황에 처했다. 
 

[사진=각 사 제공]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영향?

1차전 결과가 발표된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1차전 결과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아 10년 동안 자사 제품이 수입금지된다면 미국 사업을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거론할 정도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예해 달라고 ITC에 청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의 명령은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포기로 이끌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가 창출할 수천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며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개최된 SK이노베이션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는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말했다. 주총 당일 미국 출장을 단행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사업 철수 가능성을 미국 정치권 등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ITC의 2차전 예비 결정이 발표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한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인 오는 11일까지 열흘 정도 남은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1차전과 2차전의 결과를 철저히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천고의 김재헌 대표변호사는 "영업비밀 침해는 기업의 비공개 정보와 관련된 것이고, 특허권 침해는 공개된 정보에 대한 것"이라며 "특허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겼다고 해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합의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의 재개 여부도 관심··· "소송 리스크 해소해야"

아울러 소송전과 별개로 양사의 합의가 재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1차전이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 이후 배터리 업계는 양사가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좀처럼 합의가 진행되지 않아왔다. 

양사의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합의금에 대한 시각차이다. 합의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가량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가 LG의 기술을 탈취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합의금액을 제시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SK는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해 ITC가 판단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이같이 양사의 배터리 분쟁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한국·미국 정치권까지 가세해 '대승적 합의'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올 초부터 지속해서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을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지 내부에서 소송만 하면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미국 조지아주 의회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에 대해 양사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최종 채택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공급망에서 미국의 경쟁력과 일자리 보존을 위해 현지 공장의 폐쇄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양사의 배터리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수급 불안정성도 확대되면서 아예 양사 배터리 공급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내재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 역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체 생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기술적 준비를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처럼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을 느껴 국산 배터리를 기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사의 소송 해결이 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19년 4월부터 2년 가까이 치열한 소송을 벌인 탓에 당장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결국 양사가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진=백승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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