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지 플로이드 사건' 재판 시작..."살인 행위 vs 훈련대로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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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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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40년 징역형' 2급 살인 혐의 데릭 쇼빈 전 경관 공판 시작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인종차별 규탄시위를 불러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과 변호인은 피고 데릭 쇼빈 전 경관의 살인 혐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쇼빈의 2급 살인 혐의를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과 피고 측 변호인은 각각 쇼빈의 혐의에 대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와 '훈련받은 대로 했기에 무죄'라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29일(현지시간) 공판 시작 전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 앞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 등이 8분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특히, 검찰과 플로이드의 유족 등은 이날 공판 시작 전부터 당시 사건의 폭력성과 비극성을 강조하며 쇼빈의 유죄 혐의를 피력했다.

플로이드의 유족과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 등은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건물 앞에서 8분46초간 무릎을 꿇었다. 8분46초는 당초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것으로 알려진 시간이다.

크럼프 변호사는 이날 시작하는 재판에 대해 "미국이 모두를 위한 평등과 정의를 향한 여정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주는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인권 활동가들과 수 많은 시민들도 이날 법원 앞에 나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의 영혼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쇼빈의 유죄 판결을 촉구했다.

이후 법정에서는 제리 블랙웰 검사가 지난해 5월25일 플로이드가 숨진 당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며 공판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블랙웰 검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눈을 믿어도 된다. 이것은 살인"이라고 강조하며 "쇼빈은 플로이드의 숨, 아니 바로 생명이 그에게서 쥐어짜져서 빠져나갈 때까지 그를 갈고 으스러뜨리며 그의 목과 등에 자신의 무릎을 올려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5월25일 쇼빈이 '나는 정중하고 적절하게 법을 집행하고 결코 불필요한 물리력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미니애폴리스경찰의 맹세를 배신했다"면서 쇼빈이 플로이드를 상대로 과도하고 부당한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제리 블랙웰 검사는 조지 플로이드가 숨질 당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며 피고 측 데릭 쇼번의 2급 살인혐의에 대한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블랙웰 검사는 범행 시간을 당초 공소장의 8분46초에서 9분29초로 바로잡으면서 "플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4분45초, 플로이드가 발작으로 쓰러진 53초, 플로이드의 반응이 없어진 3분51초가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세 숫자"라고 강조했다.

이는 당초 공소장이 범행 시간을 목격자가 촬영한 동영상과 폐쇄회로 화면(CCTV) 등에 근거해 추정했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의 보디 카메라로 기록한 동영상을 추가로 확인하고 쟁점이 되는 시간을 거듭 지적한 것이다.

이후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911 교환원인 제나 스커리는 911 신고센터의 벽에 설치된 TV 화면으로 플로이드 체포 장면이 중계되는 것을 보면서 "내 본능이 뭔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스커리는 경찰 측에 전화해 '물리력을 사용할지 여부를 판단할 순 없지만, 모든 경찰관이 한 남자 위에 앉아 있다'고 알렸는데, 이에 대해 "이전에는 이런 전화를 한 적이 없었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화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쇼빈의 변호인인 에릭 넬슨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핵심 주제가 경찰 물리력의 합리적 사용에 관한 질문이 될 것이라면서 "물리력의 사용은 매력적이지 않지만 경찰 활동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쇼빈이 경찰에 재직했던 19년 동안 훈련받은 그대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넬슨 변호사가 해당 재판에서 플로이드의 사인이 목을 짓눌린 것과 상관없는 개인적 질병과 약물 문제라고 주장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블랙웰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플로이드가 약물 중독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동영상의 모습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의 일종) 과용으로 죽는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판은 다음 날인 31일에도 이어지며, 해당 재판 전체는 TV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911 교환원인 제나 스커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죄 선고시 최대 40년형...앞서 민사선 300억 배상금 합의

지난해 5월25일 데릭 쇼빈은 알렉산더 킹·토머스 레인·투 타오 등 3명의 경관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를 위조 지폐 범죄 용의자로 착각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 동안 무릎으로 누르며 제압했다.

쇼빈은 27차례나 '숨을 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의 호소에도 계속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결국 플로이드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 검찰은 쇼빈에 대해 당초 최고 형량이 총 25년 수준(각 12.5년)이던 3급 살인과 2급 우발적 살인(과실치사) 혐의을 적용했으나,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최대 40년형이 가능한 2급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2급 살인은 피해자를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적용한다. '인명을 고려하지 않고 타락한 마음으로 매우 위험한 행위를 저지른 자'에 적용되는 3급 살인에 비해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더 과중하다고 판단할 때 적용한다.

앞서 12일 플로이드의 유족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선 시가 피해 보상금 명목으로 2700만 달러(약 307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합의금 중 50만 달러는 플로이드가 체포됐던 지역에도 지급된다.
 

29일(현지시간) 데릭 쇼빈의 공판을 앞두고 시민들이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 앞서 조지 플로이드의 초상화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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