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백신 접종 2억회의 '바이든 정치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1-03-28 18:4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곽재원의 Now&Futur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25일 기자 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취임 100일이 되는 4월 말까지 미국 내에서 2억회의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초 목표인 1억회보다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월 25일까지 약 1억3000만회의 백신을 접종했다. 현재까지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은 4700만명에 이른다. 현재 하루 평균 200만~250만회를 접종하고 있어 이 페이스로 간다면 4월 말까지 2억회 도달은 무난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새로운 백신 접종 목표가 ‘야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 속에는 코로나 대책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음을 국민에게 어필해, 지지를 넓히려는 뜻이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억제해 조기 경제회복으로 연결시키는 게 지상(至上) 과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취임 50일 만에 해냄으로써 코로나19 대책에 미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신선한 감을 주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작은 약속을 해서 큰 결과를 냈다’고 지적하면서 꽤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세계의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살펴보자. 지금 세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의 ‘제4차 파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 붕괴가 심각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신규 감염자수가 지난 25일 과거 최대치를 경신했다. 유럽에서도 신규 감염자수가 1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각국에서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수습될 전망이 불투명하다. 다시 록다운(도시봉쇄) 움직임이 강해지면 세계경제 회복은 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세계 신규 감염자수는 지난 25일 현재 하루 약 52만명으로 소강상태에 있었던 2월 중순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최초로 확인된 중국 이외에서 감염이 확산된 2020년 4월경을 제1차 파동이라고 하면 신규 감염자가 증가하는 파동(波動)은 3번째다. 현재는 ‘제4차 파동’의 시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경제신문과 파이낸셜 타임스의 공동분석에 따르면 2월 중순부터 감염자수 증가 경향에 있는 중남미는 25일 하루 신규 감염자수 약 15만8000명으로 과거 최대치를 육박했다. 1월의 피크 때와 비슷하다. 최대 요인은 감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다. 감염확대가 두드러진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브라질형과 영국형의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 브라질은 하루 사망자수가 3000명 전후로 감염이 급증했던 2020년 6~7월의 2배 수준이다. 백신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칠레도 27일부터 수도 산티아고 등에서 록다운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감염력이 강한 영국형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자들이 운영하는 ‘아크 월드 인 데이터’에 의하면 유럽의 신규 감염자수는 1월 중순의 20만명대에서 2월 중순에 12만명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20만명대로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록다운을 연장·강화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신규 감염자수가 2월 저점의 5배에 가까운 2만4000명까지 치솟았다. 의료체제가 취약한 중동과 유럽에서의 감염 확대는 사망자수 증가로 직결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하루 사망자수가 20명을 넘어서 세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인도도 3월 들어 신규 감염자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1주일 사이에 인도의 감염자수는 약 29만명으로 그 전주에 비해 10만명 이상 늘어났다. 상업도시 뭄바이가 있는 마하라슈트라주 등에서 1개 바이러스 안에 2개 변이의 특징을 가진 ‘이중 변이 바이러스’로 불리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미국은 신규 감염자수가 1월 피크에 비해 70% 이상 줄어들었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중서부 미시간주와 동부 뉴욕주 등 일부 주에서는 신규 감염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왈렌스키 CDC 소장은 24일 “최신의 데이터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영국형, 남아프리카형, 브라질형 등 변이 바이러스 모두 확인되고 있다. 뉴욕에서는 신규 감염사례의 절반 가까이를 변이 바이러스가 차지했다. 각 주들이 잇달아 경제활동 제한을 완화하면서 내국인 이동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추이를 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감염 방지대책의 가장 확실한 열쇠는 재빠르고 폭넓은 백신접종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백신 접종 목표를 두배로 늘린 배경에도 이 같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4월 15일부터 백신접종 대상자를 16세 이상으로, 플로리다주도 4월 5일부터 18세 이상으로 확대한다. 미국 정부는 백신접종의 진전으로 ‘제4차 파동’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당분간은 경계수위를 최대로 높여놓고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대책과 이를 뒷받침해 경기회복을 이끌 재정확대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의회 설득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1조9000억 달러(약 2000조원)의 코로나19 대책은 지난 3월 둘째주 상하원을 통과했다. 코로나19 위기에 의한 재정 투입은 이번이 제5탄이다. 1월에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거액의 경제대책으로 고용 재건에서부터 성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구제 계획’으로 명명된 새 대책의 핵심은 1인당 최대 1400달러(약 150만원)의 현금 지급이다. 지급총액은 4000억 달러 규모로 매우 크다. 2020년 3월의 제1탄, 12월의 제2탄과 합하면 지급액은 1인당 최대 3200달러에 달한다. 3차 지급은 이달 중에 시작했다. 3월 14일에 시행할 예정이던 실업급여의 특례 가산도 9월까지 연장한다. 실업자는 주·지방정부로부터 평균 주당 370달러의 실업급여를 받는데 연방정부가 주당 300달러를 더 얹어주는 구조다. 지급 총액은 25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육아가구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을 합하면 가계 지원은 1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보급에 160억 달러를 충당하고, 재정난으로 치안과 교육이 흔들리는 주·지방정부에도 3500억 달러를 지원한다. 중소기업 대책으로 500억 달러를 마련하고, 항공회사와 철도회사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이번 대책의 총액 1조9000억 달러를 2020년 3~12월에 발동한 1~4탄과 합하면, 총 5조8000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8%로 임시 재정투입만으로 통상 연간 세출(2019회계연도 4.4조 달러)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2008~2009년의 리먼 쇼크 때의 경제대책은 약 1조5000억 달러로 전례없는 거액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코로나19 위기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20년 3월 13일이었다.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업자는 여전히 1000만명에 달해 고용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자율적 회복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중 연방정부 적자는 29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로 전시(戰時) 수준을 웃돌아 역대 최악 수준이다. 거액의 추가 경제대책이 경기 기대와 재정 불안이라고 하는 이중의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분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만간 다시 총 3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제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전기자동차(EV) 충전 스테이션을 비롯해 환경부하가 낮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한다고 한다. 1조 달러 정도를 도로와 철도, 항만, EV용 설비, 송전망의 개선에 충당한다. 이는 기후변화 대책과 경기 자극을 양립시킨다는 의미다. 공립대학 무상화와 직업훈련 확충 같은 격차 시정 대책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바이든 정권의 경제정책 팀은 이러한 대책을 상하원에 설명하고 산업계와 주요 노동단체로부터도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1일 통과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이 가계지원금 등 급한 불을 끄는 지혈(止血) 대책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제시하는 새로운 대책은 미국의 산업구조 전환을 촉진하려는 목적이 있다. 공화당과 산업계로부터도 동참을 받아내기 쉽도록 이념적인 격차 시정대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인프라 투자 부분을 꺼내 먼저 법제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재원은 주로 법인세 증세로 조달한다. 트럼프 전 정권하에서 21%로 내렸던 연방 법인세를 다시 인상하고,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법인세 증세는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 중인 기업 수익을 압박하기 때문에 공화당의 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들에 증세부담을 상쇄할 새로운 인센티브를 어떻게 내놓을지가 지금부터의 관심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검증하기엔 이르지만 이런 일련의 신속한 대책이 준비된 프로토콜에 따라 실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1월 21일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과 팬데믹 대비를 위한 국가전략’이다. 이 국가전략은 지난 1세기 동안의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로부터 미국을 구출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정부의 의사결정이 과학과 공정성(Integrity)에 의해서 추진되는 국가로서의 신뢰회복,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포괄적인 백신 접종의 실시, 미국 국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입수하고 접종을 신속화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팬데믹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확보해 미국에 제조 거점을 새로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0일 코로나 정치’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는 과학자와 전문가들의 지식을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증거 기반의 실무형 정책을 수립한 다음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국민들도 실무형의 노련한 바이든 정권과 극장형의 즉흥극을 펼친 트럼프 정권의 차이점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