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르포] "최선의 인물 없다. '차악' 택하겠다"...文정권 심판에 칼빼든 시민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아라 기자
입력 2021-03-29 03: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공정 무너진 'LH 사태'·폭등세 못잡은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

  • "무능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정권 교체 위해 오세훈 찍겠다"

  •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했던 오세훈, 책임감 없다...박영선 택하겠다"

"문재인 정부 싫어서 오세훈을 뽑겠다. 정권교체 없이는 대한민국 미래도 없다."(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30대 여성)

"오세훈 후보는 서울을 망가뜨린 시장이었다. 여당도 싫지만, 오세훈은 더 싫다. 박영선 찍겠다."(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50대 여성)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사실상 이번 선거는 범진보 대 범보수 일대일 진영대결로 펼쳐진다. 내년 대선 구도까지 좌우할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민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내세워 지지층을 총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부상했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 결과는 안갯속이다. 아주경제는 지난 26~28일 서울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 27일 한 시민이 4·7 보궐선거 벽보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조아라 기자]


서울시민 대다수는 이번 선거에서 '차악'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특정 정당이나 정책에 관한 판단보다는 최악의 정당이나 후보를 피해 차악에 표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차악'으로 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윤지혜씨(23·여성·대학생)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올리는 것 같다. 신촌에 자취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집값이 많이 뛰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 때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오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종로구에서 만난 최혜진씨(32세·여성·무직)도 오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싫다. 그래서 오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최씨는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단호하고 강단 있게 나라 살림을 이끌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우유부단해보인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가 이겨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현 정부 국가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오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선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박준혁씨(37·남성·개발자)는 "LH 사태를 보고 화가 났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싫어서가 아니라 문 정부를 냉철하게 심판하기 위해 오 후보를 찍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을 택하겠다고 한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의 비전보다는 현 정부의 심판을 위해 박 후보가 아닌 오 후보를 택하겠다고 했다.

이승엽씨(42·남성·회사원) 역시 이번 재보선에서 오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이씨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성추행 사건 등을 보면서 '내로남불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 후보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유권자 대부분은 LH 사태와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정부와 여당의 태도 등을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최윤철씨(가명·67·남성·무직)는 "국민의 마음은 진작 돌아섰지만, LH 사태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김시현씨(33·여성·회사원)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지적했다. 김씨는 "민주당은 당헌·당규까지 고쳐서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냈다. 박원순 사태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이라는 발언도 문제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 태도는 처음부터 틀렸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사거리 앞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조아라 기자]


반면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10년 전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었을 당시, 무상급식 논란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국정농단 문제 등을 지적하며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김순희씨(54·여성·회사원)는 "오 후보가 시장이었을 때 서울시 살림을 다 망쳐놓고는 왜 다시 출마하는지 모르겠다. 책임감이 없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득재씨(62·남성·경비원) 역시 박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도 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은 잘하냐"며 "오세훈도, 안철수도, 나경원도 싫다. 야당은 그냥 다 싫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