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치자금 위한 17억 돈세탁' 美첫 재판..."北사업가 문철명, 정찰총국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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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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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20년 징역형 선고 가능...'사치품 조달·150만 달러 돈세탁' 혐의

자금세탁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북한 사업가인 문철명(55)에 대한 재판이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활용한 북한 당국의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첫 번째 재판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북한 국적의 문철명이 이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미국 법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으로 인도된 최초의 북한 정보 요원 사건이자 사상 두 번째 외국 정보요원 사건"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자금세탁과 관련해 6개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고 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12월 6일 문철명씨의 재판 방청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도착한 문씨의 부인 강선비(왼쪽)씨와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오른쪽).[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법무부는 문씨가 북한의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이와 연계해 북한에 사치품을 조달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자금세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국제연합(UN)이 북한에 부과한 제재를 위반한 행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문씨는 재판에서 해당 혐의를 부인했으며, 현재 북한에 있는 자산에 접근할 수 없어 해당 재판을 위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와 WSJ가 아직 미공개 상태인 기소장을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문씨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담배와 주류 등의 사치품을 비롯해 농산물, 민감한 기술 등을 북한에 조달했으며 2013년 4월~2018년 11월 사이 150만 달러(약 17억원) 이상의 거래 대금을 미국 국적의 은행을 통해 세탁했다.

이 과정에서 문씨와 공범들은 가명으로 된 계좌와 회사를 동원하고 북한과 연관하지 않은 것처럼 거래를 꾸며 의도적으로 적발을 피하려 노력했다고도 전했다.

WSJ에 따르면, 2015년 10월과 2016년 5월 당시 미국 법무부의 기소장은 각각 문씨가 북한 당국의 이메일을 통해 은행 거래 거부를 피하기 위해 '남포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 등의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령을 받았고, 맥주 거래 청구서를 첨부한 이메일을 연락책에게 보낸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9년 5월 2일 이와 같은 혐의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말레이시아 당국에 문철명의 송환 요청을 한 시기와 같다.

앞서 그는 2017년 싱가포르에서 UN 제재 위반 혐의로 추방된 후 말레이시아로 이주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2019년 5월14일 체포된 이후 '외국'에 구금된 상태로 미국 송환 여부를 두고 2년 가까이 법정 싸움을 벌였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을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니애폴리스 지국이 수사를 하고 FBI 방첩국이 협조했으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등도 지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문씨는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을 속이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을 폭넓게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E. 쾰러 FBI 방첩국 부국장은 "FBI의 가장 큰 방첩 과제 중 하나가 특히 북한 등의 해외 소재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라면서 "외국 당국과 FBI의 협력으로 문씨를 미국에 데려와 재판을 받게 해 자랑스럽고 그가 (향후 인도될) 많은 이들 중 첫 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무고한 북한 주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미국에 인도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미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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