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계속되는 단톡방 성희롱··· 성폭력 처벌은 3건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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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3-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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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단톡방 성희롱' 사건, 경남서 또 일어나

  • 성폭력 처벌법 있지만 대부분 명예훼손·모욕에 해당

  • "성범죄는 직접 위해를 가해야 형사 처벌 가능" 한계 지적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대학교 학내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단톡방 성희롱을 명백한 성범죄로 느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단톡방 성희롱'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남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사이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주차팀에는 남자 근무자들이 거의 절반이 있었고 여자 근무자들도 몇 명 있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남자 근무자들 몇몇과 퇴사한 남자 근무자들 몇몇이 단톡을 만들어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며 해당 단톡방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함께 공유된 단톡방 대화 내용에는 "여자 근무자에게 남친 있냐고 묻는데 XXX한테는 못 물어보겠다", "자기들끼리 XXX하겠지", "XXX랑 하면 낙태해준다" 등 심각한 성희롱과 폭언이 담겼다. 피해자는 "여기에 내 이름과 내 친구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봐서 손이 떨리고 무섭다. 선처는 없고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인력을 배치한 용역 업체에 따르면 가해자는 총 3명이며 이 중 1명은 퇴사자였다. 해당 업체는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퇴사 조치를 진행했다. 피해 직원 2명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준비 중이며 당사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조치에 대한 진행을 돕고 피해 직원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정신 관리가 힘들었고 많이 울었다.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려줘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이 일로 회사나 쇼핑몰 측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길 바라며 가해자들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려고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러한 단톡방 성희롱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한사성)가 공개한 지난해 피해상담 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의 대표적 사례인 사이버공간 내 '성적 괴롭힘' 상담 비율은 2018년 7.8%에서 2019년 19%로 급증했으며, 2020년에는 20.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경남 진주의 한 술집 직원들이 단톡방에서 직원과 손님 등 여러 여성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본사는 곧바로 해당 체인점과 가맹 계약을 해지했고 체인점 사장은 사과와 함께 법적 보상을 약속했지만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았다.

대학가에도 단톡방 성희롱이 만연했다. 2019년 8월 청주교대에서는 교내 단톡방 성희롱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어 논란이 됐다. 대자보에는 "최근 내부 고발자를 통해 일부 남학우들의 단톡방 존재를 알게 된 후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다른 어딘가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이 대자보가 모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해당 톡방 내용이 담겨있었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학생들은 "진짜 여기가 n번방이라서 유출되면 큰일이다"며 전국민적인 공분을 산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n번방과 본인 단톡방을 동일시하기도 했다.
 
'단톡방 성희롱' 성폭력 처벌은 3건··· 대부분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제 13조가 적용될 수 있다. 관련 처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앞서 한사성이 제시한 ‘성적 괴롭힘’ 사례 52건 중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체 52건 중 3건(5.8%)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사이버 명예훼손(44.2%) 또는 모욕(28.8%)죄로 처벌을 받았다.

한사성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은 성폭력처벌법 내에서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을 다루는 유일한 조항인데, 사이버공간 내 성적 괴롭힘 피해 경험자는 법적 대응을 선택할 때에 본인의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진행하기 힘들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주교대 단톡방 성희롱 가해자 A씨는 '모욕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청주지법 형사1단독 남성우 부장판사는 "외모를 평가하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써서 피해자들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폄훼했다"며 성적 모욕에 대해 언급했다.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된 B씨는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단톡방 성희롱이 모욕이나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이유로는 성폭력처벌법 적용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점이 꼽힌다.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려면 가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 영상,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해야 한다. 한사성은 "(단톡방 특성상) 가해자들 간의 개인 메시지로 피해경험자에 대한 언어 성폭력을 행했을 때 피해경험자에게 직접 도달하게 한 상황이 아니므로 성폭력처벌법 제13조 구성요건을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진행하려고 해도 공연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경험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의 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 때문에 명백한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법적 대응을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톡방 성희롱'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가해자의 추가 처벌을 위해 내용을 잘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톡방에 음란한 언어를 말하는 순간 허위사실 비방 목적이 있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보는 게 가장 확실하니 이 부분이 가장 많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다. 모든 내용을 조사해본 뒤 피해자에 대한 폭언이나 사진 등이 있으면 성폭력처벌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성적인 언행이나 형사 처벌을 받는 추행 내지 성범죄는 유‧무형에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온라인상 단톡방은 직접적인 행태는 없어서 형사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말고는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명예훼손과 모욕죄 모두 반의사불처벌죄이기때문에 가해자들이 수사 과정에서라고 합의를 보려고 한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에 비해 대상에 대한 성적인 희롱이 담긴 명예훼손은 양형이 조금 더 무거운 경우는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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