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조폭 문화 등 낡은 질서를 타파하라"···'포스트 尹'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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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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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조폭 같은 의리로 뭉친 패거리 집단···.' 정답은 검찰 조직이다. 그간 한국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슈퍼 권력기관으로 군림했다. 오랜 기간 '기소 독점주의(검찰이 기소를 독점)'와 '기소 편의주의(검사가 기소 여부를 재량껏 결정)'를 움켜쥔 검찰은 기소 이후의 공소 취소권뿐 아니라, 형 집행권 등까지 제 맘대로 휘둘렀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실제 그랬다. 정권과 결탁한 검찰은 권력을 잃은 쪽에 무자비한 칼을 휘둘렀다. 또 정권이 바뀌면, 검찰은 다시 새로운 정치권력과 결탁했다. 검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 '하이에나 같은 집단'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 개혁이 필요했다. 그 당위성이 최고조에 다다른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인의 행보에 나서면서 그가 임기 내내 지휘해 왔던 수사 자체도 '정치적'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 임기 중 '선택적 수사, 선택적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일각에선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았던 검사들에 대한 일말의 사과도 없이 떠난 윤 전 총장을 보며 "입맛이 씁쓸하다"는 평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을 비판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면 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는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는 신조어를 내놨지만, 검찰 내 비위 의혹에는 관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전직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찰은 못 지키고 제 식구만 지키다 떠났다"고 비판했다. 중수청 설치가  윤 전 총장의 제 식구 감싸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술접대 검사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검사 등 검찰을 둘러싼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정면 돌파할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과 '조국사태'··· 검사 술접대 사과 없이 떠난 尹
 
윤 전 총장은 국정감사 때마다 폭탄발언으로 검사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전 총장은 그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과 함께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반발하며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가 폭탄발언을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며 일련의 수사들이 자신의 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나온 말이다. 같은 해 7월 취임한 윤 전 총장은 사모펀드에 불법 투자한 의혹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이 내정된 지 18일 만에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그해 8월 27일, 특수2부에 배당된 시점이다. 특수2부는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대·부산대 등 30여곳을 시작으로 동양대, 서울대 의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투입된 검사와 수사관 숫자만 7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입시비리 혐의로 9월 6일 조 전 장관 청문회 당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이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 전혀 다른 사실을 추가 기소, 전임 재판부였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새 재판부인 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애초 의혹이 제기됐던 '사모펀드'와 관련한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에서 재판부는 정 교수와 공모했다고 볼 수 없고, 권력과 결탁했다는 '검은 유착'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기도 전에 수사한 것은 물론,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공표를 해가면서 수사를 하는 상황은 전무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허위보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일부 보도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오보'임이 밝혀졌다. 

기사에는 '검찰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된 것을 발견한 것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보도 이후 검찰이 확보한 자료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재판 중에 밝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명확한 상태에서 정확한 확인 없이 추정을 바탕으로 단정적 보도를 했다"고 지적하며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퇴하며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 후보추천 본격화··· 유력 후보는
윤 전 총장 뒤를 이을 후임 총장 인선 작업이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현재 물망에 오른 사람은 검찰 내부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검사(24기), 검찰 외부에선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20기)과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19기) 등이다.

법무부는 국민으로부터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한 인물을 천거 받기 위한 절차를 15일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천거서는 22일 오후 6시까지 법무부에 도달·제출돼야 한다.

개인·법인 또는 단체는 누구나 법무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천거 이유와 함께 천거할 수 있다.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는 검찰청법에 따라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심사 대상자에 대해 검찰총장 적격 여부를 심사한 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한다. 장관이 이 중 검찰총장 후보자를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신임 검찰총장은 윤 전 총장 당시 부각된 '제 식구 감싸기', '선택적 피의사실 공표', '선택적 수사', '상관에 대한 항명의 일상화' 등 검찰 내부 문제를 모두 떠안아야 되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 중수청과 관련한 검찰 내 혼란을 수습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제도가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터진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뒤를 이을 총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지검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됐지만, 절제와 원칙 등을 지켜왔다는 평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 아닌 경희대 출신으로 총장 후보에 거론되는 것이 그의 실력을 반증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 지검장이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윤 전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일선 수사팀의 '무리한' 종결 요구를 제지한 것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후보로 거론된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혼란스러워진 조직 내부를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 문재인 정부 때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 팀장을 맡았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어 대검 차장검사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윤 총장의 징계 국면에서 추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기도 했다.

꾸준히 물망에 오른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증인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워온 검찰 출신들보다는 비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청법 27조는 ‘검찰총장은 15년 이상 법조인 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러한 검찰청법에 따라 판사, 변호사, 여성 등 다양한 출신의 명망 있는 후보 중에서 총장을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맡는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비당연직 위원으로는 박 전 장관을 비롯해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이 위촉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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