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가 묻습니다, ‘주총氏’ 온라인 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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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3-0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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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룰·중대재해기업법 등 속전속결 처리한 국회, 주총 상법 개정엔 굼뜬 행보

  • 삼성전자·현대차 등 이달 주총 몰렸는데…전자주총 개정안은 수개월째 계류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 업무환경이 ‘비대면(언택트)’으로 바뀌고 있지만, 유독 기업의 주주총회만큼은 온라인 개최가 불가해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12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상장사의 정기 주총이 몰린 이달 들어 이런 요구는 재계에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일명 ‘3%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3%로 제한하는 상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은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국회가 비대면 주총을 위한 상법 개정에는 굼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2일 올해 처음으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생중계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도 오는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열되, 창사 이래 처음 온라인 생중계를 도입한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도 주총을 온라인 생중계할 계획이다.

온라인 생중계를 이용하면 주주들은 주총 과정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고 질문도 가능하다. 하지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은 ‘사전 전자 투표’를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는 현장 참여 주주처럼 실시간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업으로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주주총회 의결 정족수 충족을 위해 주주 참석률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는 현행 상법상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단독 주총’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탓이 크다. 상법 364조에 따르면 주총 소집지는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으로 한정돼 있다. 또한 비대면 참석, 의사진행 발언, 의결권 행사 등에 관한 기술적 제반사항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다만 상법 368조 4항에 따라 주주는 주총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그나마 사전 전자 투표는 허용됐다. 그럼에도 실시간 현장 주총처럼 의사 진행 발언 등을 지켜본 뒤 사후 투표를 할 수 없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총장에 들어서는 주주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열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표=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비대면 방식의 ‘전자 주총’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주총은 주주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으로 개최함을 원칙으로 하되,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의 일부가 원격지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해 실시간으로 결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영상통화를 통해 주총을 진행할 수 있고 주주 의결권도 원격으로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코로나 시대에 한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현행 주주총회 방식은 위험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언택트 시대에 부응한 주주총회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재계, 정부도 전자 주총 단독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만, 법안은 수 개월째 우선 순위에 밀려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 처리는 속도를 내면서, 기업의 편의를 높여주는 법안에는 국회가 굼뜬 행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소액 개인 주주들은 멀리서 참석하기 힘들어, 100% 전자 주총으로 참석하는 경우 오히려 대주주 의사대로 주총이 끌려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이 문서와 달리 전자 표결의 경우, 위·변조가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측은 “주총이 100% 비대면 방식으로 열릴 경우, 혼선이 없도록 전자 주총 개최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법률에 보다 정확히 명시되는 한편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보완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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