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어렵사리 올해 임금협약을 최종 체결했으나 합의안의 상법 위반 소지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향후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통과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합의가 해당 법 개정안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주주들이 법적 공방까지 예고하면서 자본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27일 2026년 임금협약에 공식 서명했다. 앞서 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73.7%의 찬성률로 가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당장 올해분 성과급을 내년에 정상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식 지급을 위해서 이사회 정식 승인은 물론 차기 주주총회 의결 등 법적·절차적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임금협약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노사는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자사주로 마련해 임직원에게 전액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모바일·가전 등 DX 부문에는 상생협력 명목으로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별도 지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만약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50조원을 달성할 경우, DS 부문 직원에겐 36조7500억원, DX 부문 직원에겐 3000억원 등 총 37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사주가 지급돼야 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지난달 기준 약 13조4027억원(8208만6705주) 수준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개정된 상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행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회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주주 전체의 이익을 균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사주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이 원칙과 충돌한다.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해 소각하지 않고 임직원에게 지급하면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주주의 몫을 임직원에게 이전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지난 3월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해당 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악용하는 관행을 막고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개정 상법은 취득한 자기 주식을 1년 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부 목적에 한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이번 노사 합의도 이 예외 규정을 활용한 구조다. 하지만 이 역시 조건이 까다롭다. 이사회가 먼저 '자사주 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후 주주총회 승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총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 주주 과반과 발행주식 25% 이상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리상 이사회가 먼저 자사주 보유 및 처분 계획을 수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사 합의를 진행했어야 했다"면서도 "사실상 사측이 경영 판단 하에 이번 합의안을 주도해 마련한 만큼, 이사회의 큰 반발 없이 주총 통과까지 무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최 교수는 "신주 발행 방식이 아니라 기존 시장에 유통 중인 주식을 매입해 지급하는 형태이므로 기존 주주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냉랭하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는 이번 노사 합의를 개정 상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합의 무효 소송을 예고했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전 영업이익에 대한 이익 분배가 상법상 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사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단체는 법적 대응과 함께 주주 연대 전선을 구축해 삼성전자 지분 7.8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에 공식적인 의견 표명을 촉구할 방침이다.
법리와 현실적 정서 사이의 간극도 과제다. 최 교수는 "상법에 따르면 전년도 회사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근로자(사용인)의 우선변제권이 담보되어 있고, 주주는 잔여 이익청구권자로서 가장 후순위로 이익을 취하게 된다"면서도 "다만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액보다 근로자 몫의 성과급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주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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