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고비사막에 뜬 '두 번째 태양'…둔황 용융염 발전소를 가다

  • 中 최초 100MW급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 르포

  • 축구장 1100개 부지의 거울 1만2000개로 태양빛 반사

  • 최대 11시간 열 저장하는 용융염 발전…야간에도 발전

  • 태양광·풍력과 결합한 차세대 전력 시스템으로 '각광'

둔황 사진배인선 기자
둔황 100MW급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 전경. 1만2000개 대형 거울이 260m 높이의 집열탑 꼭대기를 향해 빛을 반사시킨다. [사진=배인선 기자]

지난 3일 오후 중국 북서부 간쑤성 둔황 시내에서 차로 30분가량 달리자 황량한 고비사막 한가운데 260m 높이의 거대한 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워 꼭대기에서는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오른 듯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수백 m 밖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였다.

타워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배치된 헬리오스탯(heliostat·태양빛을 반사하는 거울) 1만2000여 개가 일제히 햇빛을 탑 꼭대기로 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60m 집열탑 향해...대형 거울 1만2000개가 태양빛 반사

이곳은 중국 기술기업 서우항하이테크(首航高科)가 약 30억 위안(약 6640억원)을 투자해 독자 기술로 건설한 중국 최초의 100메가와트(MW)급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막대한 전력 공급이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의 척박한 고비사막에서는 태양을 24시간 활용 가능한 전력으로 바꾸는 차세대 재생에너지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발전소 부지는 780헥타르, 약 236만평으로 축구장 1100개 면적에 달한다. 이 광활한 부지에는 태양빛을 집열탑으로 반사하는 헬리오스탯 1만2000개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거울 한 장 면적만 115m²로 30평형 아파트 한 채보다도 넓다.

안내원의 권유에 따라 조심스레 거울에 손을 올려봤다. 손을 데일 정도로 뜨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지근한 정도였다. 태양열을 흡수하는 게 아닌 태양빛을 반사하는 것이 거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115m² 면적의 대형 반사 거울(헬리오스탯) 1만2000개가 빼곡히 늘어서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최장 11시간 열 저장 용융염...밤에도 전력 생산 가능

헬리오스탯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며 햇빛을 260m 높이의 집열탑 꼭대기로 집중시킨다. 집열기에서는 이 열로 용융염을 약 540~560℃까지 가열한다.

용융염은 뜨거운 액체 상태로 증기실로 보내져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열을 전달한 용융염은 다시 300℃ 냉각탱크로 돌아가 재가열되는 순환을 반복한다. 용융염은 약 290℃ 이하로 내려가면 굳어 배관이 막혀 발전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발전소에서는 항상 액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용융염 발전의 가장 큰 강점은 '열 저장'이다. 일반 태양광 발전은 해가 지면 발전이 멈추지만, 용융염은 최대 11시간 동안 열을 저장할 수 있어서 낮 동안 축적한 열을 이용해 밤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셈이다.

100MW급 둔황 발전소의 하루 최대 발전량은 227만kWh(2.27GWh)에 달한다. 이는 중국 약 3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발전소 관계자는 "연간 계획 발전량은 3억9000만kWh로, 매년 약 35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둔황은 중국에서도 태양에너지 발전에 가장 유리한 지역 중 하나다. 연평균 강수량은 39.9㎜에 그치지만 증발량은 2486㎜에 달한다. 비보다 증발하는 물이 60배 이상 많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연간 일조시간은 3246.7시간에 이른다. 특히 구름이 적고 직달일사량(DNI)이 높아 태양빛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용융염 태양열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결합한 차세대 전력 시스템으로 '각광'
사진배인선 기자
고비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옆에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 패널. [사진=배인선 기자]

둔황 용융염 발전소로 향하는 도로 양옆에는 검은색 태양광 패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낮에는 태양광이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해가 지면 용융염에 저장한 열로 태양열 발전이 전력을 이어 공급하며 태양광과 태양열이 상호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다.

최근 중국은 간쑤성 둔황을 비롯해 칭하이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일조량이 풍부한 서북부를 중심으로 용융염 태양열 발전소를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주력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용융염을 활용한 열 저장 기능을 더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중국의 태양에너지 발전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태양광 발전량은 117만GWh로 전년보다 40%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풍력 발전량(113만GWh)을 넘어섰다. 태양광은 현재 중국 전체 발전량의 11%를 차지하며 10년 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비중에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일본 전체 전력 생산량도 웃돌았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쌍탄(雙碳·2030년 탄소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서북부 사막을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기지로 바꾸고 있다.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풍력·용융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전력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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