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서울시가 정부에 건의한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국비지원'과 맞물려 추진되는 후속 정책이다. 국가가 만든 복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초고령사회에 맞는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는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40년 된 제도의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40년 전 만든 제도…지금도 그대로
현행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 노인복지법 시행 이후 단 한 번도 연령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 당시 평균수명은 67세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평균수명은 84세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서도 국민이 생각하는 노인의 평균 연령은 71.6세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40년 전 만들어진 기준을 지금의 인구구조와 생활환경에 맞게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핵심은 '70세 상향'…버스 지원은 확대
서울시가 검토하는 개편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조정하는 대신, 실제 이동이 많은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이용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를 통과시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청회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시행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왜 버스인가…나이가 들수록 버스를 더 탄다
서울시가 버스 지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어르신들의 실제 이동 패턴 때문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버스 이용률은 가파르게 증가한다.
65~69세는 12.8% 수준이지만, 70~74세는 16.0%, 75~79세는 21.3%, 80~84세는 26.9%, 85~89세는 32.9%, 90세 이상은 37.8%까지 높아진다.
고령층일수록 장거리 이동보다 병원과 시장, 복지관 등 생활권 이동이 많아지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이용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실제 필요한 교통수단에 복지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이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지하철, 강북·비역세권 어르신은 혜택 적었다
현행 지하철 중심 복지는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안고 있다.
서울 전체 평균 철도 접근시간은 10.3분이지만 20분 이상 걸리는 행정동도 23곳이나 된다.
강남은 지하철역 1곳당 약 2만6000명이 이용하지만, 강북은 5만6000명이 이용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역세권보다 비역세권, 특히 강북과 외곽지역 고령층은 지하철 무임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재정도 한계…지하철 무임손실 4488억원
서울시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정 지속가능성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은 4488억원에 달했다. 1992년 이후 누적 손실은 6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최근 정부에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는 법제화를 공식 건의했다.
서울시는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도 자체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70세 상향 시 연 572억원…버스 지원 재원 활용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연령을 70세로 조정하면 연간 약 572억원의 운임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70세 이상 어르신의 버스 이용 지원에는 약 52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추가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제 교통약자에게 혜택을 더 두텁게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울시는 이를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교통복지의 재배치라고 설명한다.
'무임승차'에서 '생활권 이동권'으로
이번 개편의 본질은 단순히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데 있지 않다고 서울시는 강조한다. 서울시는 교통복지의 중심을 지하철 무료 이용에서 생활권 이동권 보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시민보다 버스 없이는 병원과 시장조차 가기 어려운 초고령층에게 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 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복지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지난 40년간 달라진 인구 구조와 이동방식에 맞게 복지의 무게중심을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라며 "국가의 재정 책임 확대와 함께 교통복지 역시 더 필요한 시민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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