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국채·외환시장을 흔든 경제·재정 운영 기본방침,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의 확정을 미루고 문구 수정에 나섰다. 원안에서 '재정 건전화'라는 표현을 삭제한 데다 일본은행에 정부 경제정책과의 공조를 강조해 시장의 반발을 부르자, 일본은행(BOJ)의 독립성을 뒤늦게 명시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당초 이날을 전후해 예정했던 호네부토 방침의 각의 결정을 연기하고 문구를 조정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호네부토 방침은 다음 연도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일본 정부의 연례 경제운영지침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후 처음 만드는 이번 방침에는 정권이 내건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실행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틀이 담긴다.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달 말 공개한 원안에서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재정 건전화' 문구를 삭제했다. 일본은행에 대해서는 적절한 금융정책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부 경제정책과 발을 맞추기를 기대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시장은 이를 확대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견제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하면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반응이 '호네부토 쇼크'로 불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자산운용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수석전략가는 원안 공개 이후 일본 장기금리 상승 폭이 미국과 한국보다 컸고, 미국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대에도 일본 국채가 팔렸다며 "일본 고유의 요인으로 금리가 오른 국면이 두드러졌고 호네부토 쇼크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발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시장이 원안의 취지를 오해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은 "금융정책의 구체적인 수단은 일본은행에 맡겨져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재정 규모를 무리하게 확대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해명에 그치지 않고 호네부토 방침의 문구도 수정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자율성을 규정한 일본은행법 3조를 각주에 추가하고, 금융정책 관련 대목에는 '안정적인 물가 상승의 실현'이라는 표현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안에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정책 공조를 규정한 일본은행법 4조만 반영돼 있었다.
호네부토 방침 확정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안이다. 일본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추고, 소득에 따라 1% 상당을 지급해 실질 세율을 0%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은 보조금 조정과 세외 수입으로 재원을 마련해 적자국채 발행을 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구체적인 재원 계획이 없다며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감세 재원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2040년도까지 민관 합계 370조 엔(약 3405조원)을 투자하는 성장 전략도 발표했다. 올해 말 안보 관련 3대 문서를 개정할 예정이어서 2027 회계연도부터 방위비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세 감세로 세입은 줄어드는 반면 성장 산업 투자와 방위비 지출은 늘어나는 만큼, 시장은 중동 정세 같은 대외 변수까지 감안해 정부가 성장 투자와 재정 건전성을 양립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나도메 수석 전략가는 "'재정 건전화'라는 표현이 없어진 것은 충격적"이라며 "370조 엔 규모의 민관 투자 등 추가 지출을 전제로 한 계획에 대한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용인해야 한다며 "시장은 적극 재정과 금융 정책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와 일본은행의 관계가 불안정해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시장에 세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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