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중단하라" 여론 확산에도 공급대책 강행하는 정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선영 기자
입력 2021-03-08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4월 2차 신규택지 발표 등 계획대로 추진"

  • 공공성 타격…대규모 공급대책 순연 가능성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 택지개발지구 땅투기 논란 속에서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주택 공급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실행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아직 투기와 관련한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공급대책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수조사 결과 추가로 투기의혹이 드러날 경우, 정부의 공급대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만큼 정책 동력을 얻기 위해선 신뢰를 회복할 물리적 시간도 필요한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점검 관계장관회의 후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를 통해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공급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대로 4월 중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하고, 6월에는 지난해 11월 전세대책에서 새롭게 도입한 공공전세주택의 입주자 모집을 개시한다.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한다. 2·4대책에 따라 올해 추진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후보지도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LH 땅투기 의혹'과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조사·검증을 진행하는 동시에 2·4대책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의혹에 대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한 만큼, 전수조사는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 중이던 정책이 '올스톱'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특히 2·4대책은 공공 주도로 도심의 땅을 수용·개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주체인 LH가 이번 투기 의혹으로 신뢰도가 바닥을 친 만큼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밀어붙이는 데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원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주민대책위는 신도시 땅투기 의혹 전수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보상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교산신도시에 땅 투기를 한 이들에게 아파트 공급 등 직·간접 보상이 이뤄질 경우 원주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LH 직원들이 땅을 사들인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원주민들도 "더 이상 LH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공공개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겨우 잡힐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 와서 공급 시그널을 멈추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3기 신도시와 공공개발 취지 자체가 공익성 부여에 방점이 찍혀 있어 공공성을 어느 정도라도 확보한 뒤에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4월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신규 공급택지 지정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리 해당 지역의 과거 거래 내역을 조사해야 되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거나 대안지를 물색하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기존에 발표된 3기 신도시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LH에서는 "창릉신도시 전체 토지소유자와 LH 직원명부를 확인한 결과 LH 직원은 없다"고 밝혔지만, 다른 지역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될 경우 사업 일정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3기 신도시 결정 과정이 광명·시흥과 비슷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업무 관련 직원들의 투기 개연성이 짙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 의지만으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3기 신도시를 재지정하거나 전수조사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선례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