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산시장]고개 드는 달러…자산시장 지각변동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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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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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머니 무브'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상저하고'로 내다봤던 채권 시장의 전망과 달리 연초부터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한 것이다.

위험자산 시장의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 풀린 유례없는 유동성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달러 사자"··· 외국인 자금 두달째 순유출

지난해 12월 1080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두달 만에 1120원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전일 종가보다 15.7원 오른 1123.5원으로 마감했다. 일일 증가폭으로는 20.0원이 오른 지난해 3월 23일 이후 최대 폭이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의 '강(强)달러'에 시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채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상반기 중 104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은 경기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1월 기준 미국 내 실업률은 6.3%로 지난해 4월(14.8%)보다 크게 낮아졌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년 만에 최고치인 2.24%를 기록하기도 했다.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에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이유다. 

문제는 강달러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환차손 확대를 우려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증시의 조정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10억7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1월 말 환율(달러당 1118.8원)을 기준으로 약 1조1971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석달 만에 순유출로 돌아선 데 이어 2개월 연속 순유출 추세를 지속하게 된 것이다.

◆'전통자산' 구리·금값 비율, 코로나 이전 회복··· 美 국채 금리도 더 오를듯

달러 외에도 전통적인 안전자산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초 연 0.5%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연 1.61%까지 올라섰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금 1트로이온스 가격에 견준 구리 1t 가격의 비율(뉴욕상품거래소 선물가격 기준)은 5.29를 나타냈다. 2018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리는 글로벌 경기 전환점을 선행해서 나타내는 원자재로 평가받는다. 구리·금값 비율이 미국 국채 금리와 대체로 연동한다는 점을 미뤄볼 때 국채 금리의 상승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75% 수준까지는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머니무브 우려 아직 이르다··· 韓 수출 개선·백신 접종, 원화 가치 높일 것"

채권시장에서는 머니무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강달러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사실상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유로화 대비 저평가된 달러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긴축 신호를 나타낸다면 달러 강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재차 피력하고 있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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