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1년 넘었는데, 여전히 '고열 임산부' 산부인과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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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1-02-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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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열 산모, '코로나 음성확인서' 없인 산부인과서 출산 거부

  • 질병청 "산부인과 등 진료과별 방역지침 없어…세세한 대책 마련 어려워"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산모 A씨는 출산예정일을 3일 넘긴 지난 4일 새벽 양수가 터졌고, 출산을 위해 기존에 다니던 산부인과에 갔다. 문제는 열이 37.5℃가 넘으면서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됐고, 산부인과에선 코로나19 음성확인이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출산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부부는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며 나왔고, 부랴부랴 서울 동부권 대형병원 응급실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약 2시간 뒤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된 이후에야 A씨는 무사히 출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산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 위에서 3시간이 넘도록 헤매야 했고, 하마터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인 나이지리아인 산모가 김의혁 산부인과 교수의 집도 아래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3.2kg 아이는 PCR 검사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확진자인 엄마와 격리돼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와 의료계는 현재 코로나19 의심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실 대응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이나, 코로나19 의심 산모를 위한 산부인과 차원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부인과와 같이 진료과별로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 전체 의료기관 지침, 지방자치단체 지침 등의 단위로만 있는 상황"이라며 "출산이 임박한 산모에게 코로나19 의심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산부인과 대상으로 세세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모가 임신 과정부터 출산까지 맡기는 일반 중소형 산부인과에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요구할 뿐, 음압병동 출산실과 같은 시설은 물론 방호복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음압병동을 마련하는 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고, 수요도 부정확해 병원 경영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A씨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 따르면 대형종합병원·대학병원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한 대응 지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산모가 내원할 경우, 음압병동으로 이동시켜 그곳에서 출산을 진행한다. 의료진은 코로나19 방호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출산을 돕는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과 출산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대형병원은 일반 산부인과보다 접근성이 낮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권역별로 한두 곳 정도만 위치하는 것이 실상이라 비수도권의 분만 취약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대형병원이 집중되어 있어 비수도권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근거리에 둔 산부인과보다 멀리 떨어진 대형병원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코로나19 의심 산모 대응 조치 문제와 비수도권 분만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산부인과 공공클리닉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우선 산부인과에 대한 민간병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민간 산부인과에선 코로나19 PCR 검사가 수익성이 나지 않는데 할 리가 없다"며 "산부인과가 절대 필요서비스라면 공공사업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공공클리닉을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산부인과가 없는 곳, 즉 분만취약지가 많다. 산부인과의 필요성을 매번 얘기하면서도 공공적으로 산부인과를 공급하진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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