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전, 지금이 골든타임] 20년 슈퍼 사이클 온다...올라타려면 정부·기업·학계 3박자 맞아야

석유선 기자입력 : 2021-02-25 05:15
글로벌 반도체 산업, 수요가 공급 견인 3년 만에 대호황 예고 정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추진...설비 증설·특화인재 집중양성
올해 반도체 업황이 ‘슈퍼 사이클(SuperCycle,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정부와 기업, 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빨라졌다. 학계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정부 지원-기업 투자-인재 육성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반도체 강국’ 진입 속도가 빨라지는 한편 세계적인 슈퍼 사이클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올 들어 가격 상승세 뚜렷...수요가 공급 견인하는 ‘슈퍼 사이클’

24일 코트라(KOTRA)가 분석한 2021년 우리나라 수출전망을 보면 올해 반도체 시장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며 작년 대비 수요가 D램은 19%, 낸드플래시는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 동안 D램(PC용 DDR4 8Gb 기준) 평균 거래 가격은 3.00달러로 작년 12월 대비 약 5.26%의 상승률을 보였다. 직전 월 대비 D램 거래 가격이 상승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약 8개월 만이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디램익스체인지 갱신 자료에 따르면 PC용 D램 제품의 거래 가격은 3.93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D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올 1분기부터 오는 2022년까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슈퍼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업계는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작년부터 늘어난 수요 폭증에 기대어 무분별한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완급을 조절해 가격 상승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는 지난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이어졌던 반도체 업계의 대호황 이후 약 3년 만에 수요가 이끄는 가격상승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시장은 수요의 증가세와 제한적 공급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2019년 4월 30일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주요 내용 [표=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올해 ‘시스템반도체 육성책’ 박차

정부는 제조업 부흥에 필수인 반도체 산업, 특히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에 맞닿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분야 시장점유율 10% 달성, 2만7000명의 신규일자리 창출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등을 통해 2030년까지 1만7000명의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히 올해부터 전력 반도체, 차세대 센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총 24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방향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성장 지원, 유망시장 선점, 신시장 도전 등으로 정하고 시스템반도체 핵심 유망품목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 팹리스가 가장 많이 밀집한 판교 전역에 고가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인 ‘전자설계자동화(EDA) 툴’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향후 10년간 총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센서, 신개념 인공지능 반도체(PIM), 팹리스 등 3대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우리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2019년 4월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칩 공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업계, 앞다퉈 증설 투자...대학, 인재 육성도 박차

슈퍼 사이클에 대비한 기업들의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20년 연간 확정 실적 발표에서 “2021년 1분기는 각 공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그간 시장에 넘쳤던 반도체 재고는 많은 수량이 소진돼 반도체 공급 부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안정적 제품 공급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으로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생산 역량 확충을 위해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은 기정사실인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3조5000억원을 투입, 지난 1일 초미세 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도입된 M16 팹을 준공했다. 올 하반기부터 4세대(1a) 10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급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학계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발표 이후 시스템반도체 핵심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 중이다. 대학은 2021~2022년간 총 3638명의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특화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전공트랙을 신설했고, 설계전공트랙 이수자는 졸업 후 팹리스 취업시 추가교육 없이 실무투입이 가능하도록 반도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팹리스 채용연계도 이뤄진다. 올해부터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등 채용연계 계약학과가 신입생을 선발한다. 현재 KAIST를 중심으로 전국 9개 대학에 설치·운영 중인 반도체설계교육센터에도 정부 지원이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사실상 도래한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하나가 되어 유기적 대응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특히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등 국가 비전 실현을 위해서라도 투자와 인력 양성의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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