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금지법에 분양가 현실화...현금부자 놀이터 된 청약제도

한지연 기자입력 : 2021-02-23 14:47
적은 돈으로 내집장만 마련하던 '청약제도' 사실상 유명무실 전세 금지에 중도금 대출도 금지...분양가 시세대로 책정하면 '그들만의 리그' 우려

[압구정동 아파트.연합뉴스]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제도가 점점 현금부자들만을 위한 특혜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시행된 '전월세금지법'으로 청약 당첨자들은 전세를 놓아 분양잔금을 치르는 게 불가능해졌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개편으로 분양가가 현실화되면서 청약시장 진입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는 여전하다. 분양가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과거에는 2억원(계약금)만 마련하면 청약에 도전해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8억원의 현금이 준비되는 사람만 가능해졌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전월세금지법)' 시행과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으로 청약을 준비했던 대다수의 고점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동안 분양가 전액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은 분양받은 집을 전세로 놓아 잔금을 마련해왔는데 앞으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의 경우 최대 5년까지 집주인이 직접 거주해야 한다.

여기에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도 무주택자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기존에는 허그(HUG)가 분양가 규제를 통해 해당지역 1년 이내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 및 최고분양가의 100% 이내, 1년이 초과할 경우 105% 내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했지만 이달 22일부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5~90%로 결정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따라 시세보다 10~50% 저렴해 '로또분양'으로 불렸던 아파트들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심사제도 개편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서울 18개구, 경기 3개시)를 제외한 전 지역에 실질적인 분양가 인상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고가점자인 50대 A씨는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버티던 지난날이 이렇게 후회가 될 수가 없다"면서 "청약점수만 모으면 언젠간 보상받을 줄 알았는데 잔금 마련 계획이 불명확해 이젠 도전 자체가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약대기자 B씨도 "그동안에는 중도금 대출 규제가 심해도 분양가 자체가 저렴했기 때문에 고통이 어느 정도 상쇄가 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분양가심사제 개편을 강행하려면 대출규제는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자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청약시장이 현실화된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그만큼 다른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택담보대출 규제다.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20%(9억원 이하 40%), 15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LTV 30%(9억원 이하 50%)를 적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청약시장에 싼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면서 '로또청약'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부정청약 등 일탈, 범죄행위가 만연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허그의 고분양가 심의가 개선되면 신축아파트가 구축아파트보다 저렴해 분양되자마자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악순환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분양가가 시세의 90% 수준으로 책정되면 시장이 과열된 곳에서는 입주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생기는 곳도 생겨나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 기여할 점이 더 많다"면서 "다만 시장이 정상화되는 동시에 아파트 분양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을 위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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