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취업제한’ 족쇄…한화·SK 총수 전철 밟나

석유선 기자입력 : 2021-02-17 17:17
법무부,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대상자 통보..출소 후 최대 5년간 경영복귀 불투명 최태원 SK 회장 '무보수' 이유로 회장직 유지...삼성, '준법경영' 여론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일반면회가 허용되면서 ‘옥중 경영’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5년 취업제한’ 대상임을 통보함에 따라, 출소 이후 경영 복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부터 일반인 접견 신청이 시작됐으며 이날부터 실제 면회가 가능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완화경비처우급(S2)의 등급을 받아 월 6회 접견, 월 3회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서울구치소에서는 S2 등급이라도 주 1회만 방문 접견이 허용된다. 접견 시간은 10분, 회당 접견 인원도 2명으로 제한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구속 수감 이후 4주간의 격리 조치로 인해, 제한된 장소에서 변호인 접견만 가능했다. 그동안 가족이나 삼성전자 경영진들과도 만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17일부터 일반 접견 가능...'옥중 경영' 숨통
하지만 일반 접견이 제한적이나마 허용되면서,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좀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그에 따른 삼성의 투자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 이인용 대외협력사장을 비롯해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대표이사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들과의 면회가 이뤄지면 반도체 파운드리 증설 등 중대 결정도 속전속결이 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 비전 2030' 추진을 위해 대규모 투자 결정이 시급한 만큼, 미국 오스틴 공장 등에 대한 해외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라희 여사 등 가족 면회가 이뤄지면, 고(故) 이건희 회장 재산에 대한 상속 문제도 속도감 있게 매듭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오는 4월까지다. 그 전에 주식과 부동산·미술품 등 상속 재산 평가와 유족간 재산과 주식 배분, 12조원에 육박하는 상속세 조달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경가법상 취업제한...2022년 7월 이후 5년간 경영복귀 힘들 수도
그나마 옥중에서 숨통이 트였지만, 출소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일이 발생했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이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한 것.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돼있다. 집행유예 때도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2년간 적용된다.

취업 대상 직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부나 일부를 출자한 기관과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86억여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달 18일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과 특검팀 모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의 경우 2022년 7월 만기 출소하게 되면 2027년 하반기께나 경영 복귀가 가능하다.

앞서 이 조항에 따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취업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취업제한 통보를 받고, ㈜한화를 비롯한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2월 집행유예가 종료됐지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유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형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 동안 해당 회사로의 취업을 금지해 그동안 경영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18일부터 금지조치가 종료돼, 19일부터 경영복귀가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반면 201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최태원 회장은 “무보수로 재직 중이므로 취업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회장직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를 무시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도 이미 무보수로 일하고 있고 2019년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있어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보수' 재직, 취업제한 대상 아니다 vs 맞다 '이견 팽팽'
재계 일각에서도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신규 취업에 국한할 뿐 기존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또한 사기업을 운영하는 자의 취업을 국가가 제한하는 것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준법경영을 천명한 이 부회장이 여론의 지탄 속에서 출소 후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경영에 관여하는 데는 부담감이 따른다. 재계에서는 한화 김 회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경영복귀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경우, 공범 관계에 있는 박상진 전(前)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범행 당시 재직했던 삼성전자가 특경가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해당해 취업제한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컴패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