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진풍경]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논란, 여전히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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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2-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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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100% 만족하는 제도가 어디 있나요? 성과급 제도가 의무가 아닌데 마치 사측이 높은 영업이익에도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옳은지 모르겠네요.” (A대기업 총무팀 부장)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겠다는 게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사내에서 해결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공론화가 안 되면 회사도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꿀지 의문입니다.” (B대기업 연구개발본부 대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논란이 재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공론화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통 경영’은 끝났다면서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시대 정신’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다만 같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부족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성과급은커녕 당장 연봉인상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는 일부 계열사나 성과급 혜택 자체가 없는 협력사 직원들의 경우 이번 이슈를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얘기하는 경우도 많다.

LG전자는 오는 26일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최근 노동조합과 협의해 2020년 경영 성과급을 확정해 지난 17일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생활가전(H&A) 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75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는 역대 LG전자 성과급 사례 중 최고치다. 예컨대 키친사업부와 리빙사업부에 소속된 책임급 직원이 현재 연봉 8000만원을 받고 있다면, 성과급으로 최대 3000만원(세전)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파격 성과급이 비단 작년 호실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근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삼성전자, 네이버까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성과급 논란을 의식한 결과란 해석이다.

물론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으로 인해 같은 회사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모바일(MC) 사업본부와 자동차 전장(VS) 사업본부, BS사업본부 내 일부 사업부는 성과급은 못 받는다. 대신 다음달 초 격려금 100만~3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LG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성과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LG화학에서 분사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불과 작년만 해도 같은 회사였던 LG화학에 비해 성과급 잠정안이 낮아 불만이 큰 상황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기본급의 400%, 생명과학부문은 300%를 성과급으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사이에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았던 삼성전자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부문별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는데, IM(스마트폰)과 VD(TV) 부문은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DS(반도체) 부문은 47%를 각각 수령했다. 이와 관련 내부에서는 “반도체가 가장 많이 벌었는데, 왜 스마트폰이나 TV보다 성과급이 적나”라는 불만이 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부문이기에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고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과급을 받지 못한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지난해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설을 앞두고 격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고기를 지급했는데 이를 두고 ‘우리는 성과육(肉)을 받았다”는 허탈한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동종업계 다른 회사나 같은 회사 내 다른 부문에 비해 성과급이 1%만 낮아도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승진보다 당장의 보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류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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