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전 ITC판결, 경쟁업체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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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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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드·폭스바겐용 배터리 부품 수입은 유예

  • 포드 "ITC 유예 판단에 당장 생산 차질 없어"

  • 블룸버그 "향후 전기차 생산에 타격 있을 것"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하는 최종 심결을 발표했다. 

ITC는 SK 측에 대해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제한적 배제 명령을 발표했다. 다만 SK의 공급업체인 포드,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허용하는 유예 조치를 함께 내렸다. 

포드 전기차 생산용 배터리와 부품은 4년간 수입하도록 허용하고,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에 대한 부품 공급을 위해 2년간 수입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예기간으로 급한 불 껐지만···"포드·폭스바겐 전기차 생산 타격 가능성" 
ITC가 유예 기간은 주었지만,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전기차 생산에는 타격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10일 지적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향후 4년간 내년 출시되는 포드의 전기차 EV F-150용 배터리의 미국 생산을 위한 주요 부품들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또 폭스바겐 MEB 생산을 위한 배터리 부품 수입은 2년간 허용된다. 

당장의 생산중단을 막고,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생산업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포드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은 포드의 F-150 전기차를 내년 중반까지 시장에 내놓겠다는 우리의 계획을 지지해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에게 제로탄소의 다목적 트럭을 공급하는 것은 전기차 혁명을 이끌겠다는 우리의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며, 우리 회사의 최우선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에 22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동차 배터리 공급사 변경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ITC 판결 거부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 등 외신은 ITC가 LG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향후 10년간 포드, 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요 역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30년 만에 한번 있을 정도로 드믄 일이다. 다만 SK는 이번 결정이 미국 일자리 창출과 기후변화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과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1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며, 2024년까지 260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판결은 60일 뒤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캐롤 브라우너 변호사는 조지아에 있는 SK의 공장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소비를 확대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우너 변호사는 IT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SK 배터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동차 브랜드와 차종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증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업체인 폭스바겐과 포드에 공급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우너 변호사는 글로벌 환경정책 전문가로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있다. 빌 클린턴 정부 때 환경보호국(EPA) 국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 에너지·환경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지적재산권 보호와도 직결돼 있는 문제인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결정을 쉽게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업체들 반사이익에도 관심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인 EV인사이드는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조지아 주에 짓고 있는 2개의 배터리 공장의 완공 여부에 의심을 표하기도 했다. 향후 몇 년 간에 대해서 예단을 하기 쉽지 않지만, 새로 지어진 공장이 6~8년 동안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공장 대여 등의 옵션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배터리 공급 능력을 가진 회사는 많지 않다"면서 "아마도 LG화학의 LG에너지 솔루션 , CATL, 파나소닉 등에게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LG 화학은 새로운 자동차 모델들을 위한 배터리 개발에는 수년이 소요될 수는 있지만, 시간만 주어진다면 향후 미국 전기차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판결에 앞서 합의르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ITC는 예비 판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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