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증거’ 없어도 보험 부정가입으로 인정…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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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2-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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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주경제 DB]

#보험계약자 A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을 피보험자로 36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월 153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특히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입원일당 보험만 11건을 체결해 월 36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고 이후 입·퇴원을 반복하며 총 5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한 보험사는 A씨가 보험금을 부당취득할 목적으로 다수 보험계약에 가입했다고 의심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며, 대법원 소송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A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타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판단하며 민법 제103조에 따라 해당 계약을 무효로 판결했다.

7일 보험연구원의 황현아 연구위원은 ‘보험법 리뷰’에 실은 ‘2020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 보고서에서 이 판결이 ‘직접 증거’ 없이도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을 인정하고 보험계약을 무효로 결론을 내린 판례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대법원은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인정할 직접적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고 보고, 위와 같은 사안의 경우 부정취득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판단의 근거가 된 사정으로 ▲과다한 보험계약 체결 ▲단기간 내 집중적 계약 체결 ▲거액의 보험금 수령 ▲기존 계약 및 보험금 수령 관련 고지의무 위반 ▲입퇴원 횟수 및 기간 ▲기타 정황 등을 꼽았다.

황 연구위원은 소득이나 경제 사정에 비해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해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처음부터 보험금을 부정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한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과 '금오도 사건'의 민사소송에서도 보험금 부정취득 의도가 인정될지 주목했다.

두 사건 모두 피보험자인 아내가 미심쩍은 경위로 사망한 사건에서 수십억대 보험금 수익자인 남편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은 파기환송심의 살인죄 무죄 판결에 검찰이 상고했지만 무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오도 사건의 경우 피고인 남편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은 보험금을 두고 민사소송 13건이 진행 중이며, 금오도 사건은 남편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가 보험금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며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황 연구위원은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민사재판에서도 보험계약 부정 취득 목적을 부정, 보험계약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불충분해 무죄가 선고됐다 하더라도 민사에서 요구되는 (부정 취득 목적) 입증의 정도는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계약자 A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직접 증거 없이 과다 계약, 단기간 집중 계약, 거액 보험금 수령 등 정황으로 부정 취득 목적을 인정했다.

황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3월 대법원 판단의 취지를 따른다면 캄보다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과 금오도 사건에서도 부정 취득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면서도 "살인 혐의와 연계된 사안이기에 민사재판부도 부정 취득 의도를 기존 판례보다 더 엄격하게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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