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고 속 中企·교민 방파제 돼 준 韓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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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2-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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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수원 기업은행 부장, 금융위 표창

  • 코로나에도 현장 누비며 맞춤 지원

  • 소상공인 등 사업 정상화 일조 평가

  • 사드위기 때도 실탄 모아 지원 나서

  • "중소기업 전담은행 소임 다했을 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내 한국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힘쓴 공로로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상한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의 황수원 부장. [사진=기업은행 제공]

지난해 9월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 사무실에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베이징 순이구에 소재한 한국 중소기업 A가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며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거래처가 납품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중국 협력사에 어음 결제를 해주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 자칫 A사와 협력사가 함께 문을 닫을 처지였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현장 실사를 나갈 수 없었던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은 사정을 충분히 청취한 뒤 기존에 축적한 정보를 토대로 대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신속히 톈진 본행의 승인을 받은 뒤 운전자금 300만 위안(약 5억2000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A사 사장은 "몸이 편치 않은 아내와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이었다"며 "은행 도움이 없었다면 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한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계 은행들도 지원책 마련에 부심하는 중이다.

그 중에는 A사를 격려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낸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의 황수원 부장도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와 정보기술(IT), 서비스업 등 다수 분야의 기업이 황 부장과의 협업을 통해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원 규모도 20만 위안부터 400만 위안까지 천차만별이다.

중국 정부의 이동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협력사와 교민 밀집 거주지역인 베이징 왕징 등을 직접 누비며 애로 사항을 듣고 맞춤형 지원에 나섰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국계 은행 직원 중에는 유일한 사례다.

금융위 측은 "중국 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조기에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일조했다"며 "한국 내 소상공인에 비해 소외됐다고 느끼던 교민들의 불만 해소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가 겪은 첫 위기는 아니다.

황 부장이 중국에 부임했던 2017년 7월은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이 극에 달했을 시기다.

중국의 보복으로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1·2·3차 협력사를 포함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였다. 한국계 은행들은 신용등급 미달, 규모 미흡, 영업 확장성 의문 등의 사유로 자금 지원에 인색했다.

황 부장은 "부임 뒤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특히 동료들과 합심해 중소기업 지원 자금 마련에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은 한국 대기업 예금 유치에 주력해 2018년 기준 자산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불렸다. 우량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한 결과 적자였던 베이징 분행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도 따라왔다.

황 부장은 "타국에서 고생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해 한국 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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