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직원 '조롱글'에 수신료 현실화 등 돌리는 국민들
  • "안 보는데 왜 내야 하지?"...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 억대 연봉자 1500여명이 무보직, 방만경영 또 도마 위
  • 양승동 KBS사장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의 KBS 만들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시동을 걸었던 KBS의 계획이 새해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자사를 비판하는 이들을 온라인에서 조롱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KBS는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무보직 억대 연봉자가 10명 중 4명꼴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수신료 현실화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2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 인상 대신 '현실화'를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KBS는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과 방송 장비 디지털화를 고려할 때 41년째 동결된 수신료는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신료는 1981년 컬러TV로 송출하면서 2500원으로 인상한 뒤 40년째 같은 금액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KBS이사회는 지난달 27일 KBS 경영진이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 월 2500원 수신료를 월 3840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만약 KBS가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할 경우, 6705억원(2019년 기준)이던 수신료 수입은 1조411억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KBS 전체 예산의 53.4%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많은 시청자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앞서 방만 경영과 공정성 논란, 수신료 강제 납부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오늘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1일 실시한 '수신료 인상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76%)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안방 내준 KBS는 고난의 행군 중
현재 KBS는 만성 적자 늪에 빠져있다. 그 배경에는 콘텐츠 경쟁력 약화가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있다. 과거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지는 지상파 3사(KBS·MBC·SBS)에 한정됐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최근 CJ ENM이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바탕으로 '사랑의 불시착',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쇼미더머니' 등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끌어모으자 지상파가 서있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를 보면, CJ ENM의 시청점유율은 12%로, MBC(10%)와 SBS(8%)를 앞서고 있다. 시청점유율은 '전체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총 시청시간 중 특정 방송 채널에 대한 시청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CJ ENM이 지상파 방송에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종합방송채널(종편)도 자사 예능이 인기를 얻는 등 약진하면서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을 계속해서 뺏어오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필두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까지 커지면서 TV 채널 자체를 외면하는 시청자마저 늘어나는 추세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지상파에 광고비 하락이라는 악재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공개한 2019년도 국내 방송통신광고 시장 현황을 보면 2019년 기준 방송광고비는 4.1% 하락했다. KBS 광고수익은 지난 2018년 585억원에 이어 759억원의 사업적자를 냈다. KBS로서는 만성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KBS 구성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46.4%)이 1억원 이상 고액연봉자이며,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명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방만 경영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BS 수신료 현실화 첫 관문인 '공정성'부터 삐걱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수신료 인상안에 걸림돌이다. 지난해 5월 KBS <저널리즘 토크쇼J>는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출연시켜 논란을 빚었다. 조 전 장관의 최측근인 최강욱 대표가 '조국 사태' 관련 보도를 비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KBS 사옥 전경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또 해당 방송은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모 기자 간 대화 녹취록을 잘못 보도해 KBS가 사과하기까지 했는데도 다루지 않아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는 KBS의 공정성을 흔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KBS 뉴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KBS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6만명 중 12만명 이상이 '뉴스 공정성이 가장 아쉽다'고 꼽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KBS가 '시청자가 요구하는 KBS의 사회적 책무'를 주제로 한 시청자 포럼에서 공영방송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공정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공정성 시비가 있는 한 공적 재원을 더 확보한다든지 새로운 혁신 전략을 내세워도 공적인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현실화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 '공정성' 확보라는 의미다.
 
"안 보고 안 낼게요" 온라인서 수신료 거부 운동
심지어 일각에선 수신료 인상이 아닌 수신료 납부 자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면서 잘 보지도 않는 채널에 수신료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특히 KBS 수신료는 매달 전기세나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빠져나가는 만큼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21만3306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KBS법조팀과 검찰의 유착관계로 의심되는 정황이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뉴스를 방송하는 공영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공영방송이 수신료가 아닌 정부지원금이나 광고수입 등으로만 운영된다면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 2016년 대법원이 현행 KBS 수신료 징수 체계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점을 들어 '적법'하다고 답했다. 다만 "KBS가 수신료라는 소중한 재원의 가치를 더욱 무겁게 인식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승동 KBS 사장은 수신료 인상안 상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의 KBS'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책무를 강화하겠다는 KBS의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 등에는 KBS 수신료의 연관검색어로 '해지', '거부', '환불' 등의 키워드가 올라오고 있어 향후 KBS 수신료 현실화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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