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 속 조선 왕의 식생활, 다이어트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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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1-0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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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철인왕후’ 방송화면]



주말드라마 ‘철인왕후’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유쾌한 스토리와 주인공이 만드는 눈을 사로잡는 음식, 화려한 궁중문화가 더해져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철인왕후’는 청와대 요리사가 타임워프로 영혼이 바뀐 상황이다. 주인공이 부엌에서 실력 발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시대 궁중 식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매일 호화로운 식단을 챙긴 왕들의 건강 상태는 어땠을지 살펴본다.

◆왕가의 엄청난 식사량?

드라마 속에서 대령숙수 만복은 “대왕대비마마에게 초조반, 조반, 낮것상, 석반, 야참 등 하루 다섯 번의 밥상과 야참·식전 자리끼에 이르기까지 하루 8번의 식사를 한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조선 왕가(王家) 의 사람들은 매일 수차례 식사를 하며 다양한 산해진미를 즐겼다.

현대에서는 ‘조금씩, 자주’ 식사하는 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단백질·채소 위주로 먹었을 때의 이야기다.

박초롱 부산365mc병원 영양사는 “최근 4-5년 동안 다양한 연구와 논문으로 조금씩 자주 먹기의 효과는 체중감량에 큰 효과를 주지 못하고, 하루2-3번의 식사와 적당한 공복으로 위의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 다이어트에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왕들의 식사처럼 보양식에 가까운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을 자주, 그리고 많이 먹다 보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탄수화물과 영양소의 과잉 섭취는 지방간, 만성염증, 성인병 등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의 임금은 매 끼니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다보니 오히려 살이 찌기 쉬웠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사실상 드라마 속 ‘훈남’ 왕들은 환상일 것이란 의미다.

2016년 한국외식산업학회지에 발표된 ‘음식과 질병을 통해 본 조선왕들의 생로병사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과도한 영양섭취는 왕들의 비만을 일으켰다. 하루 5끼와 3번의 간식으로 인한 과잉영양, 운동 부족까지 겹쳐 비만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실제 논문에 따르면 이같은 생활습관은 다양한 성인병을 야기해 평균수명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은 48세 전후로, 환갑을 넘긴 왕은 단 5명뿐이다. 논문에서는 조선왕들은 비만에 기인한 성인병을 많이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과식·고지방 음식 섭취로 인한 혈액성 염증질환이 원인이 돼 사망한 왕은 태조, 세종, 중종, 숙종 등이 꼽힌다. 반면 영조는 저탄수화물, 저지방, 채식 위주 식단을 고집한 만큼 83세까지 장수했다.

이렇다 보니 세조의 어의 전순의는 ‘식료찬요(食療纂要)’를 통해 비만한 왕들의 건강을 다스리기 위한 레시피를 고안하기도 했다. 붕어된장국, 황자계구이, 닭만둣국, 인삼좁쌀죽, 붕어순채국, 조기순채국, 들깨죽 등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이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자 차 이미지.[사진=365mc 제공]


◆드라마 속 궁중음식, 다이어트에는 도움될까?

철인왕후 속 주인공은 청와대 요리사로서 수랏간에서 실력발휘에 나선다. 이때 군침이 돌게 만드는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 현대에서도 다이어터에게 적용할 수 있는 메뉴도 있다. 대표적으로 ‘타락죽(駝酪粥)’과 ‘오미자 화채’를 들 수 있다.

철인왕후는 대왕대비마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타락(우유)을 이용한 ‘뇨끼’를 만들어낸다. 과거의 타락죽에 감자옹심이로 ‘이탈리아 요리 뇨끼’를 흉내낸 메뉴를 선보인다. 다이어터라면 탄수화물인 감자 옹심이를 뺀, ‘타락죽’만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타락죽은 요즘처럼 추운 날, 조선 임금에게 진상한 보양식이다. 곱게 간 찹쌀가루에 우유를 섞어 끓인 음식이다. 영양가는 높고 열량이 크게 높지 않아 다이어터가 한끼 ‘별미’로 즐길 만하다.

박 영양사는 “타락죽 자체가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만큼 감자 옹심이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타락죽 단독으로만 먹을 경우 거의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고 곱게 간 형태 때문에 소화가 빨라, 금방 허기져 다른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기에 강낭콩, 병아리콩, 검은콩 등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재료를 함께 더 해주면 포만감을 높이면서 든든함을 오래 잡아주고 고소한 맛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인왕후가 대령숙수를 시켜 수랏간 식구들에게 선물한 ‘오미자 화채’도 상큼한 간식으로 즐길 만하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5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오미자는 차가운 물에 우려야 한다. 오미자가 뜨거운 물을 만나면 떫은맛이 강해진다. 오미자 3줌을 약 1.2리터(ℓ) 찬물에서 8시간 우려주면 빛깔 고운 기능성 음료가 된다. 이후 오미자만 건져낸 뒤, 잣 등 견과류, 계절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넣은 뒤 꿀을 넣어 당도를 맞춰주면 된다. 오미자 속에는 유기산이 풍부해 기력 증진과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매일 자주 마시기보다 입맛을 잃었거나 더운 여름에 상큼하게 마시기를 추천한다. 다이어터라면 화채, 빙수 대신 달지 않은 오미자차를 섭취하는 게 좋다.

박 영양사는 “조선시대 왕들이 먹은 요리들의 재료 자체와 조합은 영양소 하나하나 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를 매일같이 함께 많은 양을 섭취하다 보면 높은 칼로리 탓에 비만해지기 쉽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왕들의 비만요인은 적은 활동량, 과잉영양으로 이는 곧 현대인의 비만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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