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줄이고 '변이' 잡아낼 강력치료제 개발 총력전

김태림 기자입력 : 2021-01-18 16:19
코로나19 치료제, 세계가 경쟁 '트럼프 치료' 항체치료제, 초기 환자용 '렘데시비르' 처럼 변이바이러스에 취약 혈장치료제, 중증환자용 치료 가능성 GC녹십자 등 개발연합 임상 3상 앞둬

리제네론(왼쪽)과 일라이릴리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국내 사용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시작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8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이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유전자재조합 등의 방식으로 대량 생산해 만드는 약물이다.

사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세계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8g 투여받았고, 회복한 뒤 이 약을 '기적의 치료제'라고 극찬한 바 있다. 결국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는 다음 달인 11월 긴급사용에 통과됐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는 리제네론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125만 회분을 추가로 구매해 총 공급량을 150만 회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매액은 26억3000만 달러로 우리 돈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1만5000명에 달하는 피험자들이 리제네론 항체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제네론은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 측은 "(우리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가 각각 바이러스의 다른 부위를 표적으로 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내성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며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또 다른 선두주자인 일라이릴리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치료제 효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CNBC방송을 통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라며 "이론적으로 우리 치료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슈미트 미래 포럼' 행사에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항체치료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도 항체치료제 개발에 참여 중이다.

다만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얼마 안 됐고 증상도 가벼운 환자에게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중증 폐렴 등 각종 장기 손상은 항체치료제를 써도 치료되지 않는다. 항체치료제가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나마 주목받고 있는 약품으로 혈장치료제가 꼽힌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에서 면역 단백질인 항체를 추출해 만든 의약품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결합해 다른 세포로 감염을 차단하고,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한다.

국내 기업인 GC녹십자를 비롯해 영국 BPL, 일본 다케다 등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이 참여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연합체 '얼라이언스'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직도 대세는 '약물재창출'이란 주장도 나온다. 약물재창출은 다른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해 경과를 지켜보는 방식을 말한다. 약물재창출 대상으로 가장 유력한 약효군은 항바이러스제다. 실제 현재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은 약은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에볼라 치료제)'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때 코로나19를 정복할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와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가 긴급사용이 취소되고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약물재창출 또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사망률을 줄이는 것을 코로나19의 가장 큰 과제로 꼽으면서도 항체치료제의 특성상 가장 큰 변수인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와 백신의 주요 원리는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오톨도톨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을 방어하는 것"이라며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의 여러 부위에 항체가 붙게 되는 반면, 항체치료제는 한 부분만 붙는다. 즉 영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변이 갖고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긴 쉽지 않지만, 항체치료제는 치료제가 붙는 부위에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하면 그 항체가 잘 붙지 못하게 돼 남아공 변이로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렘데시비르도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폴리머레이즈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변이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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