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빚투로 부푼 증시...연준 금리폭탄 재깍재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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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1-01-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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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빚투 광풍, 주식광풍, 이런 난리가 전에는 없었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 (비영리 단체 포함) 주식투자규모가 2020년 1분기 11조8000억원이던 것이 2분기에는 21조3000억원, 3분기 31조6000억원으로 치솟았다. 4분기에는 40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하므로 2020년 연간으로 치면 100조원을 넘을 것이다. 사상최대 규모다. 가계 주식 투자규모만 기록을 경신한 것이 아니다. 하루 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도 2019년 하루 9조원에서 2020년에는 22조7000억원, 그리고 2021년 1월 8일에는 6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4분기만 해도 1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던 가계부분이 2020년 들어서면서 갑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탄탄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2020년 성장률전망 –1%도 그렇고 최근 부진을 털고 일어나는 듯 보이는 수출도 주식투자를 부추겼다. 실제로 정보통신(IT)부문이나 2차전지 분야, 그리고 바이오 헬스케어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이 크게 두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선도 기업들의 발전 가능성을 반영하여 증시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투자수익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기동성이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부동산에 비해 주식투자가 취약했었다.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30%를 밑도는 상황이었다. 특히 주식은 1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700만 개인투자가들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감)와 스톡-디바이드(STOCK-DIVIDE, 주식유무 편 가르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는 현상이 촉발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금리 때문이다. 2020년 3월과 5월에 걸친 0.75% 포인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8, 9월 일반 신용대출금리는 2.86%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나 가계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초저금리 때문에 대출을 끌어다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신용투자가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최근 신용잔고 규모는 매일 수천억원씩 늘어나면서 20조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지난 9개월 동안 주가는 100%나 올랐고 금년 1월에만 30% 폭등했다. 지구 어디에도 이런 주식 광풍을 찾아보기 힘들다보니 정부, 한국은행 및 학계 등 곳곳에서 과열을 지적하고 나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으로 산출하는 버핏지수도 25% 정도 과열되었다는 증권가 지적도 있다.

현재의 주식 광풍이 과열인지 아닌지는 터져봐야 알지만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글로벌 금리 상승 가능성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 10년 만기 미국 정부채 수익률이 1.1%를 넘어섰다.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폭발 직후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10개월 만의 반등이다. 트럼프 독재 하에서 제롬 파월의 미국 연준은 내키지 않는 초저금리를 유지해왔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52%대까지 떨어졌다.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월 800억 달러)을 통하여 쓰러지는 실물경제를 버텨왔다. 그 덕택으로 유례없는 증권가 호황은 물론 수도 없는 부실기업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실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를 예금주에게 지급하고 채권과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면서 은행이라는 간접금융기관을 희생의 제물삼아 쌓아올린 우골탑인 셈이었다.

이제 트럼프가 물러나고 금융시장 과열과 그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옐런이 재무장관이 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금리 정책은 바뀔 수밖에 없다. 증시와 월가를 떠받치는 정책에서 공장과 기업을 지원하는 메인가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 분명하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로 끝난다. 그 이전에 자진 사직할 가능성도 있다. 임기를 마친다 하더라도 연임되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파월 의장은 다른 의장들이 모두 그랬듯이 연준 이사직을 사직할 것이다. 누가 파월 후임이 될지는 모르지만 유일한 민주당원 이사인 레이얼 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4년 이사가 된 브레이너드는 파월(2012년 부임) 다음으로 고참 이사이며 파월을 제외하면 옐런과 같이 연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2% 물가상승목표 초과를 탄력적으로 허용하겠다는 파월연준의 정책은 곧 뒤집어질 것이다. 선제적으로 물가 앙등을 막는 금융긴축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다. 특히 연준 정책자금이 지금과 같이 우선적으로 증권가로 들어가 증시를 폭등시키는 통로는 억제하고 대신 은행을 통해 메인가(실물경제-main street)로 들어가도록 하는 조치들을 강화할 것이다. 당연히 양적완화는 옐런 때처럼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며 장기 기업자금 공급은 강화하되 단기 금융자금 유통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정책선회가 일어날 것이다. 즉, 사모펀드들의 자금조달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이들이 자금시장에서 장단기시장금리를 올리는 주역이 될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8년 10월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화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원화강세)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자율 차이로 인한 외국인의 주식 및 국내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이 본격화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주가와 국채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주가는 2018년 1월 2566에서 코로나로 금리를 내리기 직전인 2020년 2월 1987까지 23%나 떨어졌다. 국내주가가 폭락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 회수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것이 가속화되면서 2008년 가을과 같은 금융위기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금리 상승->외국인자금유출->주가폭락->외국인투자유출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또한 대출을 이용한 주식투자가의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므로 정책당국으로서는 난처한 선택이다. 아직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이 아니므로 결국 다른 방법으로라도 주식광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공매도 원위치도 한 방법이고 개인투자가 신용투자 한도 축소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터지기 전에 거품을 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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