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북 非핵화와 祕핵화..트럼프 때와 다른 美.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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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입력 2021-01-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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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외교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장]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공전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국제질서의 재편까지 야기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인류 사회는 이 감염병의 재확산과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도 코로나19 발원론과 함께 증폭되면서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떨어뜨리려는 미국’의 공세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중국’의 대응이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의사당 난동이라는 최악의 민주 시련을 겪은 끝에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1월 20일 출범하지만 소위 트럼프주의(Trumpism)가 걱정이다. 일본도 한국과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배상이나 위안부 피해 보상에 대한 갈등으로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반도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북핵 문제도 오리무중이다. 북한은 1월 5일부터 제8차 노동당대회를 열어 ‘강(强)대 강, 선(善)대 선’이라는 대외 정책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모멘텀 복원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는 한국은 고민이 많다. 변이를 계속하고 있는 코로나 통제는 물론이고, ‘동맹 중시’를 천명하면서 한·미·일 삼각 안보 구도를 재건하려는 바이든 정부와 ‘14억 경제력’의 무기화를 통해 ‘더 이상의 대미 경사를 원하지 않는’ 중국 사이에서의 운신의 폭 문제도 고민이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선의(善意)를 무시하는 북한의 전략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무색하게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폭거를 저질렀고, 2018년 9·19 군사합의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을 피살한 만행에도 공동 조사는커녕 일언반구 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여건이 허용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남북관계 발전에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원론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제는 ‘여건’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여건 마련을 위해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선, 민주당 바이든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상·하원 모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주도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에 성공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트럼프 없는 트럼피즘’이라는 사회·정치적 분열 속에서 일단 코로나 대응과 경제 회복, 인종·환경 등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인 상황에서 대외정책은 우선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식 비핵화 협상을 철저한 실패로 비판한 북핵 문제는 ‘억제와 봉쇄’에 기초해 다자 구도로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며, 따라서 북·미 외교는 철저히 ‘실리’ 위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 대미 위협이 없다면 한반도 평화유지가 미국의 책임이나 의무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미·중 간의 양자적 갈등을 초월하는 파장에도 유의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에 의해 소외됐던 동맹 관계의 복원을 강조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제공조와 함께 중국 주도의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GVC)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리더로의 복귀를 천명했다. 미·중 양자 대결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다자규범을 공유하면서 국제사회 대 중국의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동맹 관계 복원이나 동맹 중시는 동맹 의견의 존중보다는 동맹들이 미국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바란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인권 어젠다를 강조하는 민주당 정부가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중국이 최근 정세를 ‘백년만의 대 격변’으로 정의하면서 장기전 태세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난국 돌파를 위해 일단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를 앞세워 국제경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대외 무역 강화와 더불어 내수를 강조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과 미국의 기술의존에서 탈피하는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로 불리는 디지털 레닌이즘(Digital Leninism) 구축을 통해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된 국가를 건설해 ‘중국몽’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또, 세계최대 자유무역협정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EU와의 무역협정도 타결시켜 통상질서 재편의 선두에 섰다. 달라진 중국의 위상과 사회주의적 발전 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한 ‘패권 경쟁’ 장기화 선언이다.

역시 관건은 북한이다. 지난 5일부터 제8차 노동당대회를 열고 있는 북한은 이례적으로 경제발전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핵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하는 등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남·대미 행보에 관해서는 ‘강대강, 선대선’ 대응을 언급하면서 상황관리 수준의 메시지를 일단 내놓았고, 우리에게는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만 내놓는다며 비판했다. 북한은 남북 협력의 본질이 판문점 합의로부터 이어진 일련의 비핵화 협상이 모두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그 전제가 있었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선의에도 한계가 있다.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미국 신정부 출범과 미중 갈등 격화 등 국제정세의 급변속에서 이미 국제문제가 된 북핵 문제의 운전자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상황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확실한 중재자가 되려면 확고한 국익 우선에 따라 분명하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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