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 당대회 사업보고 완료…'핵·美' 언급없이 대외관계 발전 천명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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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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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5~7일 北 노동당 중앙위 사업보고 완료

  • 경제, 대남·대외관계, 당 사업 강화 발전 등 논의

  • '대남문제 고찰·대외관계 전면적 확대발전' 천명

  • 김정은, 남북관계, 이례적으로 '대남문제'로 표현

  • '핵·美' 언급 無…"우호국 관계 개선 집중일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가 7일 마무리됐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이어진 김 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실패를 공식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과학기술발전, 문화건설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를 위한 국가방위력 강화도 천명했다. 대남(對南)·대외관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다만, 제7차 당 대회에서 거론됐던 핵 문제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8차 당 대회가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전에 개최되고, 김 위원장이 그동안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침묵한 것을 근거로 북한의 대미(對美)정책 기조를 확인할 기회로 판단했다.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충적 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보고에서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해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 의지를 재천명하고 그 실현에서 나서는 목표들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북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보고에서 대남·대미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이날 김 위원장의 대외메시지가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전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날 대남문제 및 대외 관계 방향에 대한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 관계에 포함되는 국가명도 거론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남, 대미, 국방 관련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단 두 문장으로 정리된 것이다.

아직 당 대회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제8차 당 대회 세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사업총화 보고 전문 등 세부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불확실한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반성’으로 시작한 김정은 사업보고, 3일 차로 마무리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는 3일 차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회주의경제건설 분야 논의를 이틀 반에 걸쳐 세부적으로 진행한 것이 이번 보고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전체적으로 사회주의경제건설 분야는 문제점 지적 중심으로 상당히 세분화된 과업 제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7차 당 대회에서 사회주의건설 분야를 36년간의 기간을 포괄적으로 긍정적인 차원에서 총화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문제점을 냉철하고 신랄하게 분석·평가해 실천방도나 과업을 제시하는 것에 주력했다는 얘기다.

특히 사회주의건설 중 마지막 부분인 문화건설에서 ‘부족점’, ‘교훈’, ‘극복문제’, ‘사명과 본문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 ‘도식과 경직, 구태의연한 일본새(업무태도)’ 등의 용어를 사용해 매우 비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 홍 실장의 분석이다.

홍 실장은 “(이번 당 대회) 총화를 위해 미시적인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상당 기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사한 것을 기초로 ‘변화’와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의지”라며 “전체적으로 어려움 삼중고 속에서 내부 기강 잡기와 내부 혁신 분위기를 조성해 올해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대남문제 고찰·대외관계 확대발전”···대외 유화 메시지?

김 위원장의 3일 차 사업보고에서 대남문제를 고찰하고, 대외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북한이 대남·대미 관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남, 대외 문제를 진전시켜야 할 중요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큰 방침을 세운 듯하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선남후미(先南後美) 전략에 의해 당 대회 직후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문서교환방식 또는 화상회의 형태의 대화 제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와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대남문제는 그냥 고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단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했고, 실제 이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를 가로막고 있는 주·객관적인 요인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홍 실장은 조국통일위업 분야를 ‘대남문제’라고 표현하고 시대 요구에 맞게 고찰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의 조성된 정세에 맞게, 그리고 변화된 시대와 상황에 맞게 ‘대남’ 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상당히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수반하는 대남전략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 관계를 ‘문제’로 인식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기존의 원론적인 합의 이행, 대화나 교류협력 제안 이상의 ‘관계 재설정’이나 ‘파격적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대북문제’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 남북 관계를 ‘북남 관계 문제’로 언급한 사례는 있었으나, ‘대남문제’라는 표현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홍 실장은 대외 관계에 대해선 “‘전면적 확대발전’이란 표현으로 봐서 긍정적이고 유화적인 대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두는 한편, 대중(對中), 대러 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에 대한 적극적 모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대남 관계와는 달리 대외 관계는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방향과 입장을 천명했는데, 이는 대미 관계만을 지칭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즉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기타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더 집중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대남분야 고찰’, ‘대외 관계 전면적 확대발전’을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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