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국방부 '자국 선박 호위 우선' 호르무즈 파병 명분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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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1-0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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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욱 장관, 파병 목적 상기 해야...외교부만 믿고 뒷짐 안돼"

[사진=연합뉴스]


한국 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미대(IRGC)에 나포·억류된 가운데, 국방부가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 당시 강력하게 내세웠던 '자국 선박 호위 우선' 명분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5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국 케미호가)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을 이유로 억류됐다는 것은 이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면서도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근거가 모호한 국제법을 근거로 군사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억류된 자국민 구출을 위한 선제적 타격 등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지난해 파병 결정 당시 "청해부대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 요청에 올 경우에만 능력과 제한사항 범주 내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자국 선박 호위가 가장 우선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한국 케미호가 IRGC에 의해 억류되자 국방부는 외교부의 협상력에 기대기만할 뿐, 억류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호위와 구출을 위한 주체적 결정권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결정된 이후, 청해부대 임무구역은 3.5배 증가했다. 임무 구역 확대에 따른 청해부대 작전 능력 저하와 이란 영해 침범 등에 대한 지적이 일자, 국방부는 파병될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대기하도록 하거나 중간 수로를 통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 상선이 보호를 요청하면 투입을 하겠다는 사후약방문적 조치'라며 적잖은 비판이 일었고 이는 1년 여 만에 현실이 됐다. 

게다가 IRGC가 테러조직임에도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했다. 미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를 근거로 취한 조치로 국가가 운영하는 군대를 지정한 건 처음이었다. 파병 명분으로 내건 '자국민 보호'가 허울 좋은 명분 뿐이었음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 이란과 골이 깊어져 외교부의 협상력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미국 등 제 3국의 협조를 바랄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과 이란이 해양법과 관련해 가입한 조약이 달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국제협약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해협에 관해 유효한 조약은 '영해와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1958년)'과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1982년)'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영해와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과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상의 국제해협의 정의를 모두 충족한다.

미국과 이란은 각자 자국의 이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적 지위를 달리 해석해 왔다. 미국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해협으로 보고 외국 군함도 통과통항권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연안국은 외국 군함의 통과통항권을 방해할 수 없으며, 함부로 외국 군함의 통과통항을 정지시킬 수 없다.

반면 이란은 '영해와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은 원칙적으로 자국의 영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폭이 좁고 통항이 많은 국제수로인 만큼 외국 군함은 무해통항권을 가질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란의 주장대로라면 연안국은 외국 군함이 자국의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국제관습법을 바라보는 이란과 미국의 시각차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청해부대가 파병 명분으로 내건 '자국민 보호'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은 파병 당시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논란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실무부서에 법적 검토조차 지시하지 않은 채 수개월을 허송세월했다.

그 결과, 한국 케미호가 IRGC에 나포·억류된 상황에서도 '작전 반경이 넓어져 신속하게 현장에 청해부대가 급파될 수 있었던 게 아니냐' 등의 논리로 실익 없이 청해부대를 망망대해 둥둥 띄워놓고 자위(自爲)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상대로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며 "외교부가 전면에 나서 있지만 국방부와 서욱 장관이 파병 목적을 상기해야한다. 외교부만 믿고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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