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상선 억류, '85억불' 동결자금 확보가 목적?..."美-이란 갈등에 끼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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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1-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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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韓동결자금으로 백신 구매 추진 중

  • 직접연관 적지만, '美핵협정 복귀' 겨냥한 이란 강경 메시지

이란측 인사가 핵무기 관련 국제 제재로 우리나라에 동결해 있는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등의 물물교환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해당 발언이 우리 국적 상선의 억류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더라도, 핵협정 복귀를 두고 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메세지를 암시한다는 풀이다.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 시위.[사진=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란 ILNA통신에 따르면, 전날인 3일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나라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의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탄하이 회장은 "2일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 부통령을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사용 방안을 논의했다"며 "코로나19 백신 등의 상품을 구매하는 데 해당 자금을 소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묶여있는 자금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소진할 수 있다면서, 원자재·의약품·석유화학 제품·자동차·가전 부품 등 가능한 상품 중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우선 순위에 놓겠다고 덧붙였다.

탄하이 회장은 이어 "한국 정부가 아직 해당 거래나 동결자금 해제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양국은 동결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동결자금을 최우선으로 백신 구매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란 보건부가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LNA통신이 탄하이 회장을 인용해 밝힌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의 규모는 80억~85억 달러(8조63760억~9조2183억원) 사이며, 국내에서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으로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탄하이 회장은 이란이 수입할 백신의 종류가 어떤 종류이며 어떻게 자금을 활용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만약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 생산한 백신을 이란이 수입한다면, 해당 은행이 동결 자금으로 수입 대금을 대신 지불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와 이란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이란과 직접 외화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상계 방식의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중앙은행은 제재 명단에 올랐고, 이에 따라 해당 계좌를 통한 물품교역 방안까지 막히면서 원유 판매 대금이 국내 은행 계좌에 묶여있는 상태다.

이란 정부는 우리 정부에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해 왔으며 이전에도 자금 활용을 위해 꾸준히 접촉해왔다. 다만, 해당 보도가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국적의 상선을 억류하기 전 나와 이란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경제 단체 차원의 발언이기에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더라도, 이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직후 한국 선박을 억류한 것은 출범한 바이든 정부를 향해 제재를 풀고 핵합의에 조건없이 복귀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미국 CNN은 우리 국적 상선의 억류 내용을 전하면서 "우라늄 농축도 상향, 한국 선박 억류 등 이란의 잇딴 행보는 단독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한국 선박이 오염 물질을 배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은 이를 억류함으로써 걸프 해역의 항행에 대한 이란의 잠재적 영향력을 저강도로 각인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방송은 이어 "이란의 동결 자금이 있는 한국은 (미국과 이란의 대치 속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 희생자"라면서 "(이란 당국이) 미국의 동맹국에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모든 사안이 연계해 있다"고 지적했다.
 

4일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우리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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