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㉒] 대세는 라이브커머스...“누구나 ‘팔 수’ 있는 방송플랫폼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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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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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 인터뷰

  • “누구나 방송하는 시대”...하루 400~500개 송출

  • 일반 셀러 경쟁력, 연예인 인플루언서 못지 않아

  • 시청 시간 늘리기라 핵심..."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가 경쟁 상대"

유통시장에 라이브커머스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3조원 규모였던 시장은 내년 8조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호 라이브커머스 업체인 ‘그립’의 성장세도 무섭다. 하루 평균 400~500개 방송이 송출되고, 지난달에만 1만1000개의 방송에서 상품을 팔았다. 그립 운영사 그립컴퍼니는 지난 8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누적 120억원 투자액을 달성했다.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라이브커머스의 미래를 엿보기 위해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라이브+숍(shop)=라이브커머스

- 그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팔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내년 2월이면 창업한 지 만 2년이 된다. 국내 최초로 세로 화면 형태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네이버 출신 엔지니어와 카카오 출신 기획자, 디자이너 등 지인들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했다. 커머스 관련 경력은 부족했지만, 모바일을 잘 이해하고 서비스 측면에서 경험이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잘 받았던 것 같다. 현재 직원은 32명이다.”


- 왜 많은 사업 아이템 중 라이브커머스였나

“이전 회사에서 라이브 서비스 관련 업무를 계속해왔다. 영상, 밀레니얼, 일대일 영상통화, 스노우, 라이브 퀴즈쇼 등 관련 업무였다. 이런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친구들이 영상을 얼마나 좋아하고, 이를 통해 소비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미래는 영상으로 가고 있고, 사람들은 라이브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라이브에 숍(shop)을 붙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실행했다. 그립 서비스를 론칭하고 나니 주변에서 ‘나도 이 서비스 생각했는데’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립은 모두가 한 번쯤 떠올려 봤을 생각을 남들보다 한발 먼저 실행했다.”
 

[김한나 그립 대표.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카메라 앱 스노우의 마케팅 및 광고사업을 총괄했고, 라이브 퀴즈쇼 짐라이브를 기획하기도 했다. MZ세대의 니즈와 라이브의 몰입도, 영상의 미래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구상했고, 2년 전 지인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했다.(사진=그립컴퍼니)]



-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과 비교되기도 한다. 어떤 시장이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우선 수요가 많다. 그립이 성장하는 것만 봐도 입점 문의나 방송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외부 시장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다른 서비스가 많아지는 현상은 사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수요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라이브커머스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홈쇼핑과 많이 비교하는데,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홈쇼핑은 상품에 대해 일방향으로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상품을 판매하지만, 게임·소통·채팅 기능을 통해 소비자와 호흡하면서 신뢰를 주고, 구매 전환을 이뤄낸다. 예를 들어, 주변의 친한 형이 ‘내가 사봤는데 여기 제품이 진짜 저렴해’라고 말하면 믿고 사게 된다. 라이브커머스에서도 셀러가 소비자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홈쇼핑의 감성과는 다르다.“


- 라이브커머스가 성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어머니들은 동네 옷가게나 미용실에 삼삼오오 모여 친분을 쌓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비대면 시대에 맞춰 채팅방을 이용하지만, 대부분 공통화제가 없다. 라이브커머스에서는 66사이즈 제품 방송, 5살 아이가 사용하는 제품 방송에서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 공간에 모여 소통한다. 관심사가 같으니 소비자들끼리 대화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매일 방문하게 된다.

한 번은 고객들에게 그립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그립은 친구다’라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심심하면 그립에 들어와 셀러와 이야기하고, 위로 받고, 힐링하면서 물건을 사는 공간이 됐다. 방송은 오후 9~10시에 많은데, 채팅창을 보면 오래된 방문객들은 '어제 왜 안들어왔느냐'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라이브커머스는 일반적인 판매‧구매 도구를 떠나 소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다.“


- MZ세대는 전화 대신 문자를 하고, 직장에서 카톡 프로필 노출도 꺼린다. 사생활 보호‧폐쇄성 등으로 설명되는 특성인데, 라이브 영상에 열광하는 모습은 이질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은 카톡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줄이고 있다. 반면, 유튜브나 영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스스로 노출하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두 경향은 반대 성향인 것 같지만, 공존한다. 

그립을 처음 시작할 때 일반 셀러가 방송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판매하지만, 방송 일은 아무도 안 해봤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근무할 당시를 떠올려 보면, 카메라 서비스에 스토리 기능이 있었다. 밥 먹는 영상, 걸어 다니는 영상을 누가 올리고, 누가 볼까 싶었지만 이제는 아무렇게 찍어서 올린다. 우리는 일반 셀러도 변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판매 영상을 잘 만들어서 올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바뀌고 있다. 마찬가지로 셀러도 평소 고객 대하는 것처럼 방송하면 된다. 날것의 영상을 송출하면서 판매 방송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경쟁하는 일반인...월 5000만원 판매 셀러도

- 연예인, 인플루언서 그립퍼(판매자)가 많다. 일반 셀러가 이들과 경쟁할 수 있나

“셀럽 판매자는 몇 명 안 된다. 수천 명의 판매자는 일반인이고, 그들의 방송과 판매량이 훨씬 더 많다. 개별 방송을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예인 방송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콘텐츠화 돼 있다. 일반 그립퍼는 사랑방 같은 느낌이라 어제도 오고, 오늘도 방문하는 분위기다 형성돼 있다. 구매 전환율을 봐도 연예인 셀러에 뒤쳐지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셀러를 분석해 보면 소통을 잘한다. 물건을 구매한 고객을 기억하고, 손편지도 보낸다. 과거 구매 상품을 고려해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거나 리뷰에 대한 답변을 정성스럽게 달기도 한다. 일반 셀러 중에서 월 5000만원 이상 판매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힘들어지자 그립에 올인하는 판매자도 많다. 자신의 얼굴을 밝히고 방송하다 보니 과장 판매는 하지 않는다. 덕분에 반품률도 1% 이하다.“


- 일반 셀러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어떤 상품이 많이 판매되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판로 확장 목적으로 방송하는 분들이 많다. 이커머스 형태도 있지만, 매장을 가진 분들이 코로나19 이후 절박한 마음으로 많이 들어오신다. 한 예로, 부평 지하상가에서 한 분이 그립으로 판매했는데, 장사가 잘되니 입소문이 나서 주변의 상인 분들이 단체로 그립퍼가 된 적이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패션과 잘 어울린다. 소비자도 패션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 이밖에 식품 방송이나 책 저자가 출연해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홈트레이닝, 영어 수강권, 편의점 상품권, 자동차 렌탈 상품 판매 방송도 진행됐다.


- 분쟁 사례도 많을 것 같다

그립의 반품률은 1%다. 일반 오픈마켓 반품률이 10%인 것을 고려하면 비교가 안 된다. 셀러가 자신의 얼굴을 걸고 정성을 다해 판매한 덕분이다. 소비자도 일반 커머스와 달리 필요한 물건만 사고 바로 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라이브를 시청하면서 상품 설명을 듣는다. 자연스레 구매 만족도 또한 높다. 

짝퉁 상품은 심하게 제재하고 있다. 경고를 주는 차원이 아니라 한 달 이상 방송을 못 하게 하고, 시청자 신고도 받는다. 성범죄는 아직 없지만, 방송이 많아지면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단 기능과 소비자 신고, 순간 모니터링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커머스뿐만 아니라 미디어로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 홈쇼핑과는 다른 서비스라고 언급했다. 그립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내부에선 경쟁자를 따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밖에서 그립의 경쟁자를 만들어 주던데, 각자의 서비스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그립은 커머스의 고객을 유치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객의 시간을 이동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이 우리 플랫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구매 전환율이 높아진다. 우리의 고객이 어디서 시간을 보내느냐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고, 고객들이 시간을 보내는 그 곳이 경쟁 대상라고 생각한다.“


- 그립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비전은 ‘에브리원 캔 셀’이다. 모든 사람이 팔 수 있는 방송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계속 노력할 거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방송뿐만 아니라 파는 상품과 콘텐츠도 더 많아질 거다. 지난 1년은 셀러가 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 왔다면, 앞으로는 유저에게 왜 이 플랫폼이 좋은지 알려 나갈 계획이다.”



* 그립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올해 아태지역에서 처음 진행하는 여성 창업자 대상 멘토십 프로그램 ‘Immersion: Women Founders’에 참여했다. 아태지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선발된, 잠재력 높은 7명의 여성 창업자들은 아태지역 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커뮤니티와 협력 네트워크에서 엄선된 구글 어드바이저와 함께 멘토링 세션과 스타트업 맞춤형 워크샵에 참여해 업계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 받았다. 올해 선정된 7개의 스타트업은 한국의 그립과 마보를 포함해, 라토나(Latona), 스트롤리(Stroly), 가드지안(Gadjian), 할로시스(Halosis), 자일라(Zyl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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