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여행업계 결산] 무급휴직·희망퇴직...보릿고개 못넘은 여행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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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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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제공]

2020년은 여행업계에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 방한외래객 2000만명을 바라보던 업계는 올해 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 세계 산업·경제·사회·문화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중에서도 여행업의 피해는 참담하기만 했다. 건재했던 국내 대형 여행사는 물론, 여행사 전반의 매출이 '제로'에 수렴했고, 고정비 감당이 어려워질 처지에 놓이자,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강행하며 힘겹게 버텨가고 있다. 고사 직전에 처한 2020년 여행업계를 톺아보았다. 

◆매출 제로···사상 초유의 위기 직면한 여행업계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불씨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바이러스 확산세에 사상 처음 '매출 제로'를 경험한 여행업계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보편화에 따른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한일관계 등 정치·외교적인 요인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던 종합여행사는 올해 초 불거진 유례 없는 감염세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와 인바운드(방한관광)는 물론,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에 이르기까지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전체 출입국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96% 가까이 줄었다. 국내 빅2 여행사라 불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실적은 4월 이후 평균 -98%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로 악화했다.

고용유지 지원금과 관광 융자 등 정부 지원을 통해 겨우 버텨왔지만, 사태 장기화는 업계 붕괴를 부추겼다. 악상황이 지속하면서 여행사 휴·폐업도 급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행사 직원들은 유·무급 휴직·휴업에 이어 최근 희망퇴직으로까지 내몰렸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관광산업은 여전히 회복 불능 상태다. 

◆착륙 없는 '가상비행' 등장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여행업계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하나투어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떠다니다 되돌아오는 이른바 '스카이라인 가상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했다.

상품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실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몇십만원을 내고 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가 있겠느냐"며 반문했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 모두 판매 당일 완판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비즈니스 좌석과 숙박을 합한 상품은 1분 만에 마감됐고, 예약 가능한 인원의 4배가 대기 예약을 할 정도로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앞서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대만의 한 여행사가 기획한 '가상여행 상품'도 화제를 낳았다. 당시 대만관광객 120명이 우리나라를 찾아 제주도 상공을 떠다니다 회항한 이 상품은 판매 개시 4분 만에 매진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이달 12일부터는 마일리지 적립과 면세점 쇼핑도 가능한 해외 상공을 돌고 오는 관광 비행상품도 운행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규슈 지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A380 당일치기 해외여행' 상품을, 제주항공은 1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오는 일정의 국제 관광 비행편을 운영했다. 

탑승객에게는 어메니티 키트를 비롯해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준다. 인터넷 면세점으로 예약한 기내 면세품도 600달러 한도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14일 자가격리 완화·트래블버블 구축 '한 목소리'

코로나19 여파에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여행업계는 '14일 자가격리' 완화와 방역 우수국을 대상으로 '트래블버블'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과 관광 융자 등을 지원했지만, 이는 무너진 여행산업을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수 개월째 수입이 전무한 여행사의 입장에서는 고용유지 지원이 되는 90%를 제외한 나머지 10%를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도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실제로 고용유지 지원 기간이 끝난 후 휴·폐업을 신청하는 업체도 부지기수였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여긴 업계는 "코로나19 종식만을 목빠지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자가격리 완화와 트래블버블 구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 3차 팬데믹 이전 홍콩과 싱가포르가 최근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자유롭게 입국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한 것도 국제관광 재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해외여행 상품 예약 판매 개시

가상여행 상품을 내놓고, 트래블버블 구축을 요청하던 여행업계는 아예 내년 해외여행 상품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 상용화 기대감을 비롯해 아시아권 여행 규제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을 보며 "내년께는 여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참좋은여행은 최근 임직원 회의를 열고 전 세계 398개 여행상품에 대한 판매에 나섰다. 근거리인 일본과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여행지가 전부 포함됐다.

예약을 위해 기존 필수인력과 국내여행 담당 인력 50명에 더해 지역(국가)별 부서 영업팀장과 차석(선임 사원) 30여명을 출근토록 했다. 10여개월 간 '개점 휴업' 상태로 있던 사무실은 예약문의가 빗발쳤다. 

(주)하나투어(대표이사 김진국, 송미선)도 내년 해외여행 상품 판매에 나섰다.  '지금 바로 떠나는 해외여행'과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으로 구성, 이달 14일부터 예약을 받았다. 

'지금 바로 떠나는 해외여행'은 현지 자가격리가 없는 지역인 몰디브와 터키·칸쿤·두바이·스위스가 대상 지역이다. 내년 1월 최소 인원 1명부터 출발하는 장기 체류형(9~14일) 상품이다.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은 사전예약 상품이다. 2021년에는 해외여행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예약금 '2021원'을 받는다. 이 상품은 내년 5월 이후 출발 상품에 한정한다.

모두투어도 긴 동면을 끝내고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해외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를 개시했다. 여행 그린존 설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인도네시아 발리를 비롯해 트래블버블 협정이 예상되는 베트남 다낭, 싱가포르, 방콕, 대만, 일본 후쿠오카 상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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