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社, 막판 ‘뱃심’…출렁이는 2021년 부활의 대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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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윤동 기자
입력 2020-12-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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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대우조선·삼성重 수주 기폭제…두 달만에 6조 잭팟

  • 내년 2분기 23조 카타르 본계약 체결, 업황 부활 신호탄

  •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규제 앞두고 신조선 발주 쏟아질듯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연말 수주 몰아치기를 하며 곳간 채우기에 분주하다. 이달 들어서만 1조원 규모의 수주고를 채우며 막판 뒷심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로 당초 목표한 올해 수주액 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조선 강국’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의 발주량이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는 내년에는 코로나19 충격이 줄어들면서 급증하는 물동량을 대비해 초대형 선박 등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조선 빅3사, 최근 두달 사이 6조원 수주··· 막판 뒷심 발휘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oil Carrier) 4척을 총 4000억원 규모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일에는 라이베리아 소재 선사와 중형 LPG운반선 2척을 1000억원에 건조하기로 계약했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도 VLCC 3척을 2820억원에 수주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2062억원에 수주했다.

최근 두 달 사이 계약액을 종합해 국내 3사가 채운 수주고는 무려 6조원 이상이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 대우조선해양이 유럽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6척을 총 2조274억원에 수주한 것이 연말 수주 몰아치기에 기폭제가 됐다. 뒤이어 지난달 23일 삼성중공업이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선박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지난달 17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30만t급 VLCC 10척을 9857억원 상당에 수주했다.

이처럼 막판 수주 뒷심을 발휘한 대형 조선 3사는 올해 목표한 수주고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수주액 110억 달러 중 69억 달러를 수주해 약 6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84억 달러 목표 수주액 중 40억 달러를 채워 약 48%의 목표치를 달성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인 72억1000만 달러 중 40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약 56.3% 달성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반기 들어 발주세가 회복돼 수주고에 숨통이 트인 상태다.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5개월(7~11월)간 글로벌 수주량(750만CGT)은 이미 상반기 수주량(697만CGT)을 넘어섰다. 이 기간 한국 수주량은 상반기에 비해 186% 증가한 반면, 중국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하반기 발주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포함해 다양한 선종과 프로젝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추가 일감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코로나19로 작년 대비 발주량 57% 불과··· 카타르 수주건 연내 계약 불투명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당초보다 수주액을 빠르게 채우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클락슨리서치 분석 결과 올해 1~11월 누계 기준 글로벌 선박 누계 발주량은 1447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2523만CGT) 대비 57%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다 지난 6월 성사된 카타르 LNG선 100척 슬롯 계약(본 계약 전 도크 예약)이 아직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도 한몫한다. 당시 대형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과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LNG선 건조 계약이라며, 올해 ‘조선업 잭팟’이 터졌다고 밝혔지만, 실제 본계약은 올해 안에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체별로 당초 목표한 수주액 달성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나, 3분기 들어 각 업체별 실적은 한층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선해양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34.3% 증가한 407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지난해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이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주량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통상 대형 선박 건조 프로젝트는 발주에서 인도까지 3년이 걸리는 터라, 보통 이듬해부터 각 사별 매출에 반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조선 발주는 3~4년을 주기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고 본다. 2016년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었고 올해 회복세를 예상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급감했다. 때문에 올해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내년 하반기 이후 반등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다 카타르 프로젝트의 본계약이 내년 2분기에 이뤄지면 수주고 급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나마 연말 수주 계약이 이어져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카타르 본계약을 기점으로 수주고가 증폭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 증가 예상··· 수주고 2배 급증 기대

국내 조선업계는 내년 글로벌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희망을 걸고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 국내 조선 산업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미 국내외 산업연구기관에서는 내년도 글로벌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는 최근 내년도 해운조선업 리포트를 통해 올해 부진했던 글로벌 선박 발주와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악재를 딛고 내년도에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3000만CGT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올해 연말까지 전망치인 1420만CGT는 물론 지난해 2860만CGT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내년도 글로벌 발주액은 710억 달러로 지난해 792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내년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1000만CGT로 글로벌 발주량의 33.3%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액은 전체 발주액의 31.69%인 225억 달러로 예측됐다.

클락슨리서치도 내년 글로벌 발주량을 3000만CGT, 발주액을 710억 달러로 전망했다. 클락슨리서치는 국가별 세부 실적까지는 전망하지 않았으나 글로벌 1위인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에도 큰 호황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환경 규제 등도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LNG 연료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도 환경 규제를 앞두고 LNG선 발주가 많았으나 내년부터는 더욱 본격적으로 발주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그리스 등 국내 조선사의 주요 선주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유럽이 2022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키로 한 것도 긍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신조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비와 배출가스를 절감하기 위해 친환경·고효율 신조선을 찾는 선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LNG선 및 친환경·고효율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사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는 내년 본격적인 회복기 전까지 버티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신규 일감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지만, 당장 일시적 위기 극복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향후 잠재적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조선업계 핵심인력 해외유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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