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또, 수술, 누더기된 실손보험…쌓인 손해율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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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0-1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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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가입자 비급여 과다사용 문제

  • 기존 상품에는 적용 안돼 '적자늪'

  • 청구 간소화·비급여 관리 강화해야

 

3세대 실손(착한실손)이 나온 지 3년여 만에 또다시 새로운 실손보험 도입방안이 제시되자,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손보험 개선안으로 내놓은 보험료 차등제는 기존 상품에 소급적용되지 않는 데다 실손청구 간소화, 비급여 의료관리 등 장기적인 손해율 예방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세 번째 대수술, 애당초 상품설계 잘못돼
금융위가 역대 세 번째 실손보험 ‘대수술’을 단행하는 건 일부 가입자가 도수치료,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대표되는 비급여를 과도하게 이용한 탓에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올라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입원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95%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데, 나머지 중 2~3%는 연간 1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 외래 역시 전체 가입자의 69.0%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청구자 중에서도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48.3%를 가져간다. 그럼에도 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나눠 부담한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진료, 잘못된 상품설계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일반 가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보험사들도 일부 병원과 의료이용자의 과다 이용으로 적자의 늪에 빠진 상태다. 올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들의 누적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7383억원에 달한다.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위험손해율’도 130%를 넘어섰다.

금융당국도 애당초 실손보험 상품설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권대영 금융산업국장은 “(실손보험의 손해율, 보험료 인상 문제 등은) 보험업계와 일부 의료업계, 소비자, 감독당국 모두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의 자세로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 단기 해결 어려워
다만 업계와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장기간 누적된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에 제시된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가 기존 상품에는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 비중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80.9%에 달한다. 이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빠르게 갈아타야 손해율 감소로 이어지는데, 과거에 가입한 실손보험이 더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갈아타기 유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계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 태우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보험료 절감 혜택만 강조하는 부당승환계약 등의 문제 발생도 예상된다. 착한실손이 출시됐을 당시에도 설계사들은 보험사의 독려에 따라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에게 보장조건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만 강조해 일부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 손해율 관리 위한 추가 조치 병행돼야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가 제대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보험금 청구 간소화, 비급여 의료관리 강화 등의 추가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국과 보험업계가 당장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이다. 복지부는 이달 중 급여·비급여 병행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비급여 진료 전 사전설명제도 시행도 예고돼, 비급여 진료 관리·감독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에서 진료 후 곧바로 보험금을 전산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보험금 전산 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면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과잉진료를 일삼는 의료기관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10여 년 동안 국회 법안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하며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점쳐졌던 21대 국회에서도 3명의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계류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구조 개편을 통해 지속성 강화를 도모하더라도 실손보험금·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상품 개편을 통한 비급여 관리 강화와 함께 실손청구 간소화 문제가 함께 해결되면 실손의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만한 상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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