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존전략] '가상여행' 판매하고 '내년 해외여행' 예약 받고...여행업 생존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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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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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 해외여행이 과연 가능할까?" "글쎄, 실제 출발이 될지 안 될지 솔직히 예측할 수 없지. 하지만 내년 봄·여름 시즌 해외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예약은 올겨울에 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초 창궐한 코로나19 여파에 하늘길이 막히며 여행업계가 고사 직전에 처한 지 벌써 수개월. 한 여행사가 '희망'을 예약받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며 우려 섞인 시선까지 끌어안으며 모험을 하기로 했다.

자칫 무모할 것 같았던 모험은 제대로 통했다. "따르릉" 빗발치는 문의 전화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10개월 넘게 적막이 흘렀던 사무실을 깨웠다. 예상치 못했던 여행사의 모험에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6000건 넘는 예약 건수를 기록했다.  

 

대만관광객 120명이 '무착륙 한국여행'을 즐기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코로나19 확산세가 또다시 거세지면서 '여행 재개'를 기대했던 여행업계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확산세가 주춤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항공사의 코로나 신속 검사 도입, 일부 국가의 트래블버블 구축 합의 소식이 이어지면서 국내 여행업계도 트래블버블과 자가격리 완화 등을 요구해왔다. 그렇게 점차 해외여행길이 열릴 것 같았지만, 11월부터 지역감염이 확산하면서 여행시장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코로나 감염자 수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600명을 웃돌았고, 정부는 수도권 2단계, 전국 1.5단계였던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로 각각 재격상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해외여행 욕구를 더욱 끌어올렸다. 실제로 최근 타임커머스 티몬이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명 중 2명(64%)이 '내년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을 만큼 봉쇄된 여행에 대한 욕구는 높았다.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무급휴직부터 희망퇴직까지 단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있는 여행업계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다. 착륙 없이 즐기는 가상여행상품부터 내년 해외여행상품 예약 판매를 개시하는 초강수까지 둔 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착륙 없는 '가상비행', 억눌렸던 여행수요 '견인' 

지난 9월, 하나투어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떠다니다 되돌아오는 이른바 '스카이라인 가상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많은 이가 고개를 저었다. "실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몇십만원을 내고 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가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을 뒤집었다. 수요도 폭발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를 타고 강릉과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떠다니다 오후께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이 상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냥 비행기 안에 앉아 하늘을 떠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 여행상품은 총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 모두 판매 당일 완판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비즈니스 좌석과 숙박을 합한 상품은 1분 만에 마감됐고, 예약 가능한 인원의 4배가 대기 예약을 할 정도로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보다 앞서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대만의 한 여행사가 기획한 '가상여행 상품'도 화제가 됐다. 당시 대만관광객 120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대만에서 출발해 착륙하지 않고 제주도 상공을 떠다니다 회항하는 '이색' 항공체험 상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4분 만에 매진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달 12일부터는 마일리지 적립과 면세점 쇼핑도 가능한 해외 상공을 돌고 오는 관광 비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규슈 지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A380 당일치기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오는 12일 오후 1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3시간 후 돌아온다. 

항공권 가격은 25만원에서 최대 40만원으로 탑승객에게는 어메니티 키트가 제공되고 마일리지도 적립되고 인터넷 면세점으로 예약한 기내 면세품도 600달러 한도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1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오는 일정의 국제 관광 비행편을 운영한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가 내년 12월까지 국제 관광비행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달 1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에어서울 등 모두 26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관광비행 탑승객은 전용 면세품 인도장에서 온라인 주문 면세품을 수령하고, 일반 출국객 이용을 제한하는 전용 식음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기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좌석 이동도 금지된다. 기내 유증상자 발생을 대비한 격리공간을 별도로 운용한다. 

관광비행 탑승객은 자동입국심사대, 지정된 세관 심사대를 통해 입국 심사장까지 일반 탑승객과 철저히 분리돼 움직인다. 
 

참좋은여행 홈페이지에는 "희망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예약금 1만원에 '희망'을 예약하다

참좋은여행은 아예 내년 해외여행 상품 예약에 '물꼬'를 텄다. 

올해 초 불거진 코로나19 여파에 다수 여행사가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며 고정비 줄이기에 주력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 상용화 기대감이 급증하고, 아시아권 여행 규제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도 영업 정상화에 불을 지폈다. 일부 국가가 '트래블 버블' 협약에 나서면서 기대감에 닫혔던 여행 심리가 열린 덕이다.

무엇보다 이들 여행사가 예약을 받는 상품의 출발 시기가 '내년'인 만큼 백신 보급이 활발해지면 걱정 없이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몫을 했다.

참좋은여행은 최근 임직원 회의를 열고 전 세계 398개 여행상품에 대한 판매에 나섰다. 근거리인 일본과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여행지가 전부 포함됐다.

예약을 위해 기존 필수인력과 국내여행 담당 인력 50명에 더해 지역(국가)별 부서 영업팀장과 차석(선임 사원) 30여명을 출근토록 했다. 10여개월 간 '개점 휴업' 상태로 있던 사무실에는 정적을 깨우는 예약 벨 소리가 울렸고, 현재 예약 건수는 6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참좋은여행은 트래블버블 체결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해외여행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같은 아시아권이고 트래블버블 체결 가능성이 높은 홍콩과 일본·대만·싱가포르의 예약 가능 출발일이 내년 3월 1일로 가장 빠르다.

4월부터 동남아·호주·뉴질랜드·괌·사이판, 5월부터 중국, 6월부터 북유럽 일부 국가, 7월 15일부터 유럽과 북미·중남미 순이다.

◆예약금? NO! 여권만 있으면 예약 '완료'

참좋은여행에 이어 특수지역 전문여행사 비욘드코리아(대표이사 김봉수)도 희망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남미, 코카서스, 러시아 여행 상품 준비를 마치고 조기예약 시동을 걸었다.

역시 국내외를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출시·보급될 경우 내년 봄께면 본격적인 해외여행길이 열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비욘드코리아는 최근 참좋은여행이 스타트를 끊은 희망여행 프로젝트를 보고 출시를 더 늦추지 않기로 했다.

이 업체는 내년 5월 이후 출발을 기점으로 중남미(멕시코 칸쿤·페루·볼리비아·아르헨티나 등)와 코카서스 3개국(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러시아 바이칼호수와 몽골 여행 상품에 대해 12월 1일부터 예약 접수에 나섰다.

특히 간소하고 즉각적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여행객의 여권을 제출하는 것만으로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 상품에 세계 여행관광협회(WTTC)가 권고하는 안전여행 규약과 스탬프(Safe Travels': Global Protocols & Stamp for the New Normal)를 준수하는 조건의 항공편과 숙소 관광지를 최우선 적으로 채택해 여행의 완전 정상화 전에도 고객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 비욘드코리아의 설명이다.

김봉수 비욘드코리아 대표는 "여행의 갈증이 2020년 올 한 해 억눌려 있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봄부터 여행이 가능해질 조짐"이라며 "중남미와 러시아, 코카서스 등을 시작으로 지역을 점차 더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확산세 지속···해외여행상품 판매는 '시기상조' 우려도

하지만 11월을 기점으로 재차 거세진 확산세에 '3차 대유행'이 전국화하면서 이들의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잖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격상한 상황에서 향후 거리두기 수준이 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내년 해외여행 재개는 불투명하단 것이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난달 22일로 예정됐던 첫 항공편이 미뤄졌고 전날 양국 정부는 트래블 버블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항공·관광업계에서도 트래블 버블 등을 거듭 요청해왔지만, 속출하는 확산세에 소비 촉진 관련 사업까지 줄줄이 중단되며 추진력을 다소 상실하게 됐다.

정부가 방역과 백신 개발 등을 종합 고려해 트래블버블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란 입장에 더 힘이 실린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코로나 종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외여행길이 내년에 당장 풀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백신이 보급돼도 당장 활기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주가도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여행업계 관계자의 입장에서도 무척 당황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신 상용화 기대감이 해외여행 재개 기대까지 이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기로 했던 '트래블 버블' 협약도 연기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재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좀 더 지켜보면서 상품 예약을 재개하는 것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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