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재난영화 '판도라' 보고 탈원전 정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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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11-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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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 2016년 12월 7일 개봉작

  • 문 대통령,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도 탈원전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영화 '판도라'를 본 이후 탈(脫) 원전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 거듭 제기돼 논란이다.

배우 김남길 주연의 영화 '판도라'는 지진으로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 수많은 인명이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6년 12월 7일 개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영화 개봉 이전인 2012년 대선 때부터 탈원전 정책 주장해왔다. 결국 문 대통령이 영화 한 편으로 탈원전 정책을 수립했다는 주장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6년 12월 18일 원전재난 영화 '판도라' 관람 뒤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① 문 대통령, 영화 '판도라' 보고 탈원전 결정?

문 대통령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낯설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에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안 대표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는 대통령 발언부터가 코미디"라며 "낭만적 감상주의에서 시작된 탈원전이 결국 국정운영 시스템과 공직기강의 파괴, 법치의 유린으로까지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영화 관람으로 시작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대한민국은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안 대표와 배 대변인이 언급한 영화는 바로 지난 2016년 개봉한 '판도라'다. '판도라'는 원전이 폭발된 가운데 정부가 제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수많은 인명이 사망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주장은 문 대통령이 '판도라'를 보고 원전 공포에 사로잡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② 신빙성 있는 주장인가?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판도라'가 개봉하기 이전부터 탈원전 정책을 주장해왔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인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공약집에 '탈원전 구상'을 공약에 담았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1월 11일 발간한 공약집에서 "더이상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원전에만 우리 에너지를 의존할 수 없다. 단계적으로 탈원전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신규원전 건설 금지, 설계수명 종료한 노후원전 가동 중단 및 폐로,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원전 조기폐로 검토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여파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으로서 이듬해 6월 일본을 방문, 주일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원전이 안전하지 않고, 폐기 비용을 고려하면 저렴하지도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③ 2012년 낙선 후 탈원전 포기?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낙마한 이후 탈원전 정책을 포기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국회의원 시절에도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 "지금부터라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되거나 건설 중인 원전 수명이 다 하는 대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려 종례에는 탈원전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에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라는 토론회에 자리해 "작년 대선 성패를 떠나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탈원전을 공약하고서도 제대로 이슈화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14년 7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5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를 만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더불어 2016년 6월 발생한 경주 지진 사태와 관련해 당시 박근혜 정부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 등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2016년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 입장을 결심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사진=영화 '판도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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