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아닌 사실상 공기업 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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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0-11-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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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 지명 사외이사 자리 마련...독소조항 다수

  • ‘구조조정 실패’ 아시아나항공...민간기업에 떠넘긴 책임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데일리동방] 한국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6%를 확보해 초대형 항공사 경영을 쥐락펴락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실상 공기업 항공사 사장에 불과해지는 격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실패한 산은은 그 책임을 민간기업에 떠넘기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거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를 실시한다. 교환사채(EB, 3000억원)도 발행해 총 8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다.

해당 자금은 대한항공에 우선 대여되고 이후 유상증자(2조5000억원, 한진칼 7300억원 투입)를 통해 신주를 받아 상계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1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고 3000억원은 영구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원한다.

모든 거래가 끝나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16.2%를 확보하고 한진그룹 경영감시를 강화한다.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등을 선임, 주요 경영의사 결정 시 산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항이 담긴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를 위반하면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거래구조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산은이 적은 지분으로 한진그룹 경영을 사실상 좌지우지한다는 것과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실패를 민간기업에 떠넘기는 형태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 거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산은 등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면서 ‘초대형 항공사’는 사실상 국유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은 공기업 항공사 사장 자리를 맡은 격이다.

조 회장은 3자 주주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다. 산은이 지분을 확보해 우호세력으로 등장하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경영과 인사 등은 산은에 넘겨 맞바꾸게 된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산은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증을 실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한 가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한진칼은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작 돈이 급한 곳은 대한항공이다. KCGI는 이를 강조하면서 한진칼이 자금을 필요로 한다면 직접 유증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3자 배정에 대해 산은은 한진그룹 감시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뜻하며 그 핵심은 이사회다. 이사회는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등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재 한진칼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번 거래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는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관피아가 주도하는 ‘관치경영’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진칼은 차치하더라도 대한한공은 일반 소액주주도 상당하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산은이 실패한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민간기업과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김석동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국내 항공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며 “실제로 기안기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 움직임도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시나리오는 작년부터 거론됐지만 김 의장이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외부 시선을 의식해 이번 거래와 같은 구조를 결정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고 한진칼은 물론 대한항공 주주들도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법적 문제 등이 지속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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