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경매 통해 어렵게 환수한 조선의 해시계 ‘앙부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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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1-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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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앙부일구’가 미국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1월에 확인했습니다. 코로나19로 3월부터 6월까지 경매가 수차례 취소되고 연기돼 어려움도 있었지만 낙찰에 성공했습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우여곡절 끝에 국내로 환수됐다. 한양의 위도인 ‘북극고 37도 39분 15초’가 새겨진 앙부일구가 ‘긴 시간’을 돌아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환수된 앙부일구는 서울의 위도에서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을 통해 지난 6월 매입한 앙부일구를 언론에 공개했다.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仰·앙) 가마솥(釜·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과학 문화의 발전상과 통치자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 24.1㎝·높이 11.7㎝·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이와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국내에 단 7점에 불과하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참 기쁜날이다. 귀중한 문화유산이 국내로 돌아왔다”며 “세종의 애민정신이 잘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다”며 “중국의 시간이 아닌 조선의 시간을 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과학기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앙부일구는 국내에 단 7점만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환수된 작품은 예술성과 기능이 잘 조화된 일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소중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 국외소재문화재단과 문화재청은 최선을 발로 뛰었다. 환수를 위해 국내 앙부일구를 조사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6월에는 긴급위원회를 열고,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를 미국에서 현지 조사했다. 긴 노력 끝에 마침내 지난 8월 24일에 환수됐다.

최웅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앙부일구는 재단이 해외에서 찾아온 첫 번째 과학문화재라는 점 의미가 있다”며 “공예사적으로도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외국과 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얻은 값진 결실이다”고 말했다.

앙부일구는 백성을 굽어 살피는 애민(愛民) 정신을 담아 만든 조선 최초의 공중(公衆) 시계로, 세종 대부터 조선말까지 제작됐다. 세종대왕은 앙부일구를 처음으로 만들어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종묘와 혜정교(惠政橋·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한 바 있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절후(節候·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점), 방위(方位), 일몰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는 “세종 시대 앙부일구는 모두 사라져 아쉬움이 있지만, 현존하는 앙부일구 유물들은 실용적이고 정밀도가 높다“며 “동시에 외형적으로도 아름다운 과학문화재다”고 말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오는 18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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