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로 변신한 조한규 “코로나 시대 살아가는 지혜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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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1-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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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념통천’展, 11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백헌갤러리’

  • “한 마음으로 지극 정성 다하면, 그 뜻이 하늘에 통해“

‘일념통천’ [사진=조한규 씨 제공]


“‘자겸’(自謙)은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겸손하게 가지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도자들은 심연에 들어가 시대와 자기를 바로 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 조직이, 그 사회가, 그 나라가 평안해집니다.”

서예가로 변신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붓글씨를 통해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언론인 시절 썼던 날카로운 칼럼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조한규 서예전 ‘일념통천’(一念通天)이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일백헌갤러리’에서 열린다. ‘만천명월주지옹’(萬川明月主旨翁)·‘선호념’(善護念)·‘무량복덕’(無量福德)·‘전발’(剪跋) 등 서예작품 24점이 전시된다.

전시를 앞둔 조 씨는 16일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글귀를 골라 작업했다”며 “작품을 설명하는 글을 함께 써 도록을 만들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9세였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네 서당에서 붓글씨를 배운 작가는 세계일보 사장을 그만둔 뒤 미술품 감정학자이자 서예가인 이동천 박사로부터 ‘신경필법’(神經筆法)을 배웠다. ‘신경필법’은 중국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필법에 붓에 신경을 담는 운필(運筆)을 가미해 창안한 비법이다.

그는 ‘신경필법’을 ‘심필’(心筆)이라고 표현했다. 조 씨는 “혼(魂)을 담은 필력, 기(氣)가 발산되는 운필이 중요하다. 기존의 서예가 정해진 틀의 전통적인 미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모든 신경을 붓끝으로 모아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이는 ‘심필’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음을 담은 작가의 작품은 매우 역동적이다. “형태나 모양에 신경 쓰지 말고 붓을 꽉 잡고 목숨을 바쳐 있는 힘껏 쓰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덕분이다.

‘심필’을 하면 봄에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처럼 붓과 종이가 마찰하는 소리가 ‘삭삭삭삭’ 난다. 조 씨는 “너무 힘을 주다 보니 붓을 세 번이나 부러트렸고, 종이가 찢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붓글씨를 쓰는 3시간이 1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깊이 몰입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꿈틀거리는 작품에는 살아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서예전을 꿰뚫고 있는 주제인 ‘일념통천’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그 뜻(마음)이 하늘에 통해 어떤 일이든 성취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에 되새기게 되는 말이다. 

만 개의 냇물을 밝게 비추는 달의 참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는 ‘만천명월주지옹’은 이 어려운 시대에 지도자가 가야 할 방향이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만 백성을 밝게 비추는 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창덕궁 후원(비원)에가면 육각형의 이중지붕으로 된 ‘존덕정’이 있는데, 이 곳에 ‘만철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書)라는 제목의 현판이 걸려 있다. 조선 정조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798년 12월 3일에 지은 글이다. 

조 씨는 지금 시대에 맞게 ‘주인’(主人)을 ‘주지’(主旨)로 바꿨다. 그는 “만개의 하천에 비치는 달처럼 하늘의 뜻을 실천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자신이 온 마음을 쏟고 있는 한국 서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2021년에는 이동천 박사 등과 함께 한·중·일 서예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학술대회와 서예전을 구상하고 있다.

조 씨는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민족 혼 말살을 위해 한국 서예를 많이 후퇴시켰다. 추사 김정희 이후로 암흑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복원해야 한다”며 “한국 서예가 한자문화권을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천명월주지옹’ [사진=조한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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