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한국 ICT업계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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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차현아 기자
입력 2020-11-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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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 때리기 지속' 우려하는 국내 통신·소프트웨어 업계

  • 망중립성 부활할까...촉각 곤두세우는 통신사와 인터넷 업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 바이든 정권이 내년 1월 20일 출범한다. 보호무역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던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압박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한국 수출 산업에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 한국 산업계는 트럼프보다 불확실성이 덜한 바이든의 당선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바이든이 후보 시절에 공약한 대외경제정책도 여전히 보호주의 색상이 짙어 한국 산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 '화웨이 때리기 지속' 우려하는 국내 통신·소프트웨어 업계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 체제의 미국에서 소위 '화웨이 때리기'라 불리는 대중(對中) 압박노선의 표적이었다. 트럼프는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에 관세와 거래제한 조치를 강화해 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18년부터 구글 안드로이드와 TSMC의 반도체 칩 등 화웨이의 제품 공급망을 끊었다. 미 국무부는 올해 한국에 '클린네트워크'에 참여해 화웨이 통신장비를 불매하자고까지 했다. 미국은 앞서 여러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같은 요구를 했고 일부는 실제로 수용했지만, 우리 외교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시대의 미국도 트럼프처럼 대중 강경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다자조약 참여, 한국·일본·호주와의 관계 개선 등 주변국과 관계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통상 해법도 자국우선·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상 마찰과 경제 불확실성을 야기한 트럼프와, 이를 비판한 바이든의 실행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변수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력, 국가안보 위협 주장이 이통사들의 인프라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화웨이는 5G 기술 표준화를 주도했고 유럽 시장에서 입지가 크다. 그 장비는 5G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인 국내 이통사들에게 삼성, 노키아, 에릭슨의 제품과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5G 인프라에 최대 25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 정부에 수조원대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해 화웨이의 서버 등이 공급되는 국내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장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화웨이 서버는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나 기업용 클라우드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공급돼 왔다. 이들은 연간 수천대 서버를 구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 서버 가격은 미국 브랜드 제조사 서버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미·중 갈등 지속은 중국을 통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수출과 SW기업 해외진출마저 위축시킨다. 화웨이 서버 파트너로 SW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화웨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성과를 기대 중이지만 이 관계를 외부에 알리기엔 소극적이다. 트럼프 시절 미국의 견제와 제재로 화웨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지자 덩달아 화를 입을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 망중립성 부활할까...촉각 곤두세우는 통신사와 인터넷 업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망 중립성 원칙을 회복시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성장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네트워크 안정성이 중요해진 만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분석한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주요 외신은 바이든 당선을 계기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망을 운영하는 통신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없이 다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확립한 원칙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인 201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했다.

5G 상용화로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인터넷 및 이동통신 업계는 망 중립성 정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인터넷 업계와 이동통신 업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망 중립성 정책 연구반을 운영 중이며, 내달 중 논의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효율적으로 통신망을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을 일부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업계는 망 중립성 원칙을 근거로 차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등 해외의 망 중립성 원칙은 국내 정책 수립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을 확립했던 당시와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외신은 미국 민주당이 ICT 분야 전반에서 적극적인 규제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소셜미디어 규제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망 중립성 정책 확립 당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은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지만, 현재 글로벌 IT업계를 좌우하는 '빅테크'로 성장했다. 민주당도 소셜미디어 기업이 허위정보를 퍼트리고 시장을 독점한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또한 망 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더라도 통신 서비스의 상품규제나 가격정책까지 통제하지는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여전히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아서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망 중립성 연구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구글과 아마존 등 IT 기업의 독점 문제가 크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망 중립성 원칙을 만들었을 당시처럼 다시 원칙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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